상처는 언제 아무는 걸까. 넘어져 까진 무릎 위에는 딱지가 안고 새살이 돋아나는 게 보인다. 하나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는 일상을 뒤흔들면서도 언제 어떻게 아무는지, 아니 아물기나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흔히 슬픔은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하지만 때로 시간은 흐르지 않고 같은 자리를 뱅뱅 맴돌기도 한다. 고함 한번 제대로 지르지도 못한 채 고이고 썩어버린 마음들, 논리나 말로 설명되지 않을 어떤 즉흥적인 기분과 아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발버둥, <웰컴 투 마이 하트>는 상처가 아무는 쓰라린 풍경을 고요하고 담담하게 포착해낸다. 흔한 음악 한 자락 들려주지 않는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상처가 천천히 아물어가는 소리를 들려준다.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딸 에밀리를 잃은 라일리 부부는 공허한 삶을 이어간다. 아내 로이스(멜리사 레오)는 사고의 충격으로 8년간 한번도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고, 남편 더그(제임스 갠돌피니) 역시 그런 그녀와 소원해진 채 외도를 하며 마음을 달랜다. 그러던 어느 날 탈출구로 삼았던 애인마저 심장마비로 죽고 건축박람회에 참석하러 뉴올리언스로 떠난 더그는 그곳에서 스트리퍼로 일하는 멜로리(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만난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스트리퍼 생활을 하는 16살 멜로리의 모습에서 딸의 그림자를 발견한 더그는 당분간 그녀를 돌보며 함께 살기로 결심한다. 한편 그런 더그를 찾으러 8년 만에 집을 나선 로이스는 멜로리와 함께 생활하는 남편을 만나 더 큰 혼란에 빠지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멜로리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서로를 통해 위안을 얻어가는 것만 같던 이들의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잃어버린 퍼즐 조각은 다시 찾을 수 없다. 비슷한 모양으로 대체하려 해봤자 맞을 리가 없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웰 컴 투 마이 하트>는 그 단순한 진실을 덤덤하게 풀어놓는다. 이 영화의 가장 훌륭한 점은 아름다운 이야기로 상처가 깔끔하게 아무는 달콤한 꿈을 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 사람이 굳이 새로운 가족이란 울타리로 묶이지 않더라도 로이스와 더그, 멜로리 사이의 미묘한 소통은 단지 그것으로 족하다. 영화는 누군가의 대역이 아닌 그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상처를 아물게 하는 첫걸음임을 알려준다. 서로의 상처를 똑바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처는 아물고 시간은 다시 흘러간다.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아들인 제이크 스콧 감독은 재능이란 대물림 되는 것이라 믿고 싶을 만큼 밀도 있는 연출력을 선보인다. CF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쌓은 경력이 무색할 만큼 절절하면서도 절제된 장면으로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다. 제임스 갠돌피니와 멜리사 레오의 신뢰감 있는 명연기는 물론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나무랄 데 없는 연기 호흡도 이 작품을 탄탄하게 떠받친다. 진한 잔향과 여운이 더욱 인상적인 따스한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