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런던] 스크린으로 간 TV시리즈
2012-02-08
글 : 손주연 (런던 통신원)
시네 루미에르에서 열린 ‘Totally Serialized: 런던-파리 TV시리즈 페스티벌’

아직도 TV시리즈를 일차원적인 캐릭터와 뻔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엉망진창 스토리가 마지막 회에 갑자기 모두 해결되고 마는, 그리하여 영화와 모든 면에서 결코 비교될 수조차 없는 하위 장르의 영상물이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트윈 픽스>나 <24> <CSI> 등은 우리에게 TV시리즈도 충분히 영화에 버금가는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음을 이미 증명한 바 있다. 이는 비단 미국 드라마 시리즈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TV시리즈는 치밀한 스토리라인에 영화와 같은 영상미까지 갖춘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예술영화 전용관 시네 루미에르에서 지난 1월19일부터 4일간 열린 ‘Totally Serialized: 런던-파리 TV시리즈 페스티벌’은 양국의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행사였다. 이를 통해 런던의 열혈 TV 시청자는 영국과 프랑스의 유명 TV시리즈를 영화 스크린에서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런던-파리 TV시리즈 페스티벌’에 초대된 영국 작품으로는 캐리비안 섬에서 일어난 기이한 사건에 관한 추리물 <데스 인 파라다이스>와 번개에 맞아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십대들의 이야기 <미스피츠>, 영화 <디스 이즈 잉글랜드> 주인공들의 4년 뒤 이야기를 담은 <디스 이즈 잉글랜드 ’88>을 비롯해 아직 방송되지 않은 <BBC>의 신작 <인사이드 맨>이 있었다. 프랑스의 국민 개그맨 에릭 주도르와 모니카 벨루치가 열연한 <Platane>과 영화감독 올리비에르 마셜이 만든 형사물 <Braquo> 등은 프랑스를 대표하여 극장을 찾았다. 지난 1월20일, <인사이드 맨> 상영이 끝난 뒤 주인공들인 스티븐 매킨토시와 애슐리 월터스, 워런 브라운을 만날 수 있었다.

결말을 예측할 수 없을걸

<인사이드 맨>

<인사이드 맨>의 세 주인공 인터뷰
-<BBC>가 꽤 공들여 제작한 작품이라고 들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워런 브라운_정말이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단숨에 4회 대본을 다 읽었는데, 읽는 내내 이야기의 탄탄하고 짜임새있는 구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을 차근차근 꼼꼼하게 읽었는데도,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사실 나는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조차도 예상할 수 없었다! 장담컨대, 관객 역시 이 작품의 마지막 편을 보면서도 결코 결말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시간을 갖고, 작품이 펼쳐놓은 여러 정보들을 잘 짜맞춰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은행강도 장면은 브리스톨의 오래된 영국 은행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들었다.
=스티븐 매킨토시_정말 대단했다. 브리스톨의 오래된 영국 은행이 촬영지라는 점도, 이곳 내부에 있는, 실제로 현금을 보관했던 금고로 가는 커다란 돔형 문에서의 촬영도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실제 은행이 촬영지이다 보니 조금 더 현실감 혹은 긴장감이 생겼던 것 같다. 하지만 옛 영국 은행뿐 아니라 세트 역시 매우 훌륭했다. 특히 내가 맡은 존의 유리로 된 사무실이 마음에 들었다.

-제임스 켄트 감독과의 촬영은 어땠나.
=에슐리 월터스_사실 제임스와의 작업은 처음이라 촬영 초반에는 조금 긴장하기도 했지만 곧 좋아졌다. 정말이지 내게는 매우 뜻깊은 경험이 된 것 같다. 제임스는 배우와 그들이 현재 촬영하고 있는 장면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존중해주는 감독이었다. 그는 촬영 전에 항상 배우들과 많은 시간을 들여 장면에 대해 토론하기를 즐겼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내가 맡은 크리스는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인데, 나는 존재 자체로 매력이 넘치는 인물 아닌가! (웃음) 내 매력을 보이지 않게 하려고 무지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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