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놀랍고 아름다운 실화를 바탕으로 <스롤란 마이러브>
2012-02-08
글 : 남민영 (객원기자)

벤(데이비드 크로스)은 생애 첫 배낭여행을 위해 캄보디아로 떠난다. 클럽에서 앳된 얼굴의 창녀 스레이케오(아핀야 사쿨자로엔숙)와 만난 벤은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다. 한번의 밤으로 끊어질 것 같았던 인연은 벤이 기침을 멈추지 않는 스레이케오를 병원에 데려간 것을 계기로 지속된다. 결국 연인으로 발전한 두 남녀는 독일과 캄보디아를 오가며 사랑을 지속한다. 하지만 스레이케오가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혼란에 휩싸인다.

<스롤란 마이러브>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인 벤자민 프뤼퍼가 그의 아내 스레이케오와의 연애담을 독일의 한 잡지에 기고하면서 유명해졌다. 에이즈와 죽음을 가운데 놓고 사랑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너는 내 운명>이 떠오르지만, <스롤란 마이러브>는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어린 연인이 극명한 문화적 차이를 사랑으로 극복해나가는 데 방점을 찍는다. 끊임없이 가족 부양비를 요구하는 스레이케오와 그런 그녀를 어떻게든 돕고 싶은 벤은 ‘일’, ‘가족’, ‘결혼’ 등의 문제로 사사건건 부딪친다. 철저히 유럽식 사고를 가진 남자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몸이라도 팔아야 한다고 배운 모계 중심 사회에서 자란 여자의 사랑에서는 에이즈보다 문화적 차이가 더 큰 장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재의 흥미로움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죽음과 국경을 넘나드는 이들의 사랑이 품고 있는 이야기로 다양한 가능성을 외면한다. 극적인 순간마다 신파의 정서로 문제를 돌파하는 부분들이 단적인 예다. 실화는 놀랍고 아름다운 사랑이었겠지만, 관객이 영화 속의 사랑까지 그렇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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