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만담으로 하나되는 남자들 <슬랩스틱 브라더스>
2012-02-08
글 : 이주현

토비오(사토 류타)와 타모츠(아야베 유지)는 10년 동안 아마추어 만담 콤비 ‘블랙스톤’으로 활동했다. 어느 날 타모츠는 토비오에게 팀을 해체하자고 통보한다. 만담이 인생의 전부였던 토비오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는데, 우연히 유치장에서 새 파트너를 만난다. 레게 머리에 문신을 한 청년 류헤이(가미지 유스케)의 말 받아치는 솜씨(?)에 놀란 것이다. 토비오는 류헤이에게 만담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고 둘은 곧장 ‘드래곤플라이’라는 이름의 만담 콤비를 결성한다. 일이 잘 풀려나가려는 순간, 동네 양아치 패거리가 두 사람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슬랩스틱 브라더스>는 만담으로 웃기려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 초반에 관객의 기선을 제압하는 건 화장실 유머다. 대부업체 직원의 얼굴에 토사물을 쏟아내고, 유치장에서 엉덩이를 까고 용변을 보는 토비오의 모습이 과장되게 그려진다. “신중하자, 최대한 소리라도…”라는 독백이 무색하게 설사가 쏟아져나오는데, 더럽고 황당하고 또 웃기다. 화장실 유머 다음엔 액션이다. 류헤이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배치된 1대 다수의 패싸움신은 긴장감있게 그려지지 않는다. 액션의 강도도 세지 않고, 독창적인 액션을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화장실 유머, 액션 다음엔 드라마인데 꿈을 잃어버린 이들이 자신의 꿈에 다가가는 과정을 자못 진지하게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이 끝나고 나면 드디어 ‘드래곤플라이’의 만담이 시작된다. 그러나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서인지, 문화적?정서적 차이 때문인지 그들의 쇼는 싱겁게 끝난다. 결과적으로 <슬랩스틱 브라더스>는 포복절도 코미디가 되지 못했다. 대신 만담으로 하나되는 남자들의 드라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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