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대장장이로 살아가는 토르(하하)는 전사가 되는 게 꿈이다. 아버지이자 신들의 왕인 오딘(김원효)을 그리워하며 지상에서 시간을 보내던 토르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마법망치 크러셔(최효종)를 손에 넣는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인 크러셔를 탐내던 얼음마녀 헬과 거인족의 왕 트림(조지훈)은 인간세계의 평화에는 별 관심없는 오딘의 신전을 공격하고, 거인족의 침략으로 친구와 어머니를 잃은 토르는 거인족과 맞서 싸우려고 길을 나선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천둥의 신 토르는 마블코믹스의 캐릭터로 유명하다. 2011년에는 크리스 헴스워스, 내털리 포트먼 주연의 블록버스터 <토르: 천둥의 신>이 개봉하기도 했다. 이 영웅의 매력은 쇠붙이도 손쉽게 찢어버리는 강력한 힘에 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토르: 마법망치의 전설>의 토르는 믿음직한 전사의 느낌보다는 허당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허당에서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이야기의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영웅으로서의 면모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무기를 손에 넣었음에도 실수만 연발하니, 이 영웅을 좋아하기 힘들다.
대신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몰이 중인 개그맨 최효종, 김원효, 조지훈이 열심히 자신들의 유행어를 실어나른다. “망치가 무기인지 아닌지 애매합니다”를 비롯해 “야, 안돼”, “이~뻐” 같은 추임새가 분위기를 띄운다. 특히 더빙이 처음이라는 김원효의 목소리 연기가 실감난다. 사투리가 섞인, 빠르게 쏘아대는 말투로 이런저런 변명만 늘어놓는 게으른 오딘 왕의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 그러나 개그맨들의 재미난 화술도 반복되니 식상하다.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하는 신화의 세계를 교육용 애니메이션으로 즐기기에도 애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