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필름으로 확인하는 고전의 감동 <워 호스>
2012-02-08
글 : 이후경 (영화평론가)

“위험한 세계로 나가게 된 젊은 영웅이 기나긴 여정을 통해 지혜와 새로운 인생관을 가지고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전통적인 이야기.” 스티븐 스필버그가 요약한 바대로 <워 호스>는 마이클 모퍼고의 원작 소설 <조이>를 고전적 영웅담으로 재탄생시킨 영화다. 물론 그 영웅은 말 조이다. 데번이란 영국의 조용한 마을에서 태어난 조이는 초원에서 뛰놀며 건강하게 자란다. 그의 주인인 알버트(제레미 어바인)도 그를 정성을 다해 기른다. 그러나 조이 앞에 놓인 미래는 가시밭길이다. 세계 1차대전이 발발하면서 전쟁에 끌려간 조이는 처음에는 장군을 태우고 전장을 질주하다, 적군에 붙잡히면서는 부상자 호송 차량을 끌게 되고, 최전선에서는 대포를 끌며 혹사당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위기가 닥칠 때마다 조이는 놀랍도록 고귀한 태도로 난관을 극복해나간다. 전쟁기계들의 세상을 허황된 희망이 아닌 불굴의 의지로 버텨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조이는 인간적 쓸모에 복종하는 도구로서의 동물이 아니라 그 소용을 넘어서는 존엄한 동물로 변모한다. 혹은 한 영국군의 말처럼 “희한한 괴물”이 되어 살아남는다. “용감하라!” 장군이 부하들을 향해 딱 한번 외쳤던 메시지는 조이를 통해 계속해서 메아리친다.

<워 호스>의 감동은 필름으로 확인해야 마땅하다.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로 3D 의 미학에 몰두했던 스필버그는 필름으로 돌아와 디지털영화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필름의 매혹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특히 석양이 떨어지는 데번의 농장으로 알버트와 조이가 함께 걸어 들어오는 마지막 장면은 과거 서부영화의 한 장면 같다. 만약 그 장면이 디지털로 만들어졌다면 우리는 석양의 온도에 일치하는 마음의 파동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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