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나우]
[김지석의 시네마나우] 지아장커, 왕가위, 허우샤오시엔 신작이 모두?
2012-02-17
글 :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2012 아시아영화 기대작 살펴보기… 거장의 귀환과 도약하는 동남아시아영화까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일본 요코하마 촬영현장.

독일 영화학자인 토마스 엘새서에 따르면 과거 세계영화는 ‘할리우드와 유럽 그리고 기타’로 분류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할리우드와 아시아 그리고 기타’로 분류된다. 아시아영화가 세계 무대에서 미학적으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산업적으로는 전세계 영화 제작 편수 중 50% 정도가 아시아에서 제작되고 있고(2007년 2406편, 2010년 2191편), 2010년 기준으로 국가별로도 인도(1위), 중국(3위), 일본(4위), 한국(7위) 등 아시아 대륙 국가들이 영화산업 규모 10위권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검열과 통제(이란, 중국, 싱가포르 등), 영화산업의 전근대화, 천재지변으로 인한 산업의 위축 등 아시아영화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요소들은 여전히 넘쳐난다. 이는 곧 2012년 아시아영화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거장과 베테랑 감독들의 귀환

일반 관객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거장들이 내놓는 신작이다. 두기봉은 올해 두편의 영화를 내놓는다. 오는 밸런타인데이에 개봉하는 정수문, 고천락, 고원원 주연의 멜로드라마 <고해발지연2> 이후에 제작비 1억위안의 대작 <마약전쟁>을 제작 중이다. 콤비인 위가휘가 시나리오 를 쓰고, 중국 본토의 하이룬영화와 TV그룹이 제작비의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다. 고천락, 손홍뢰, 엽선 등이 주연을 맡았고, 영화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홍콩, 대만의 거장 3인이 만드는 무협영화는 오래전부터 많은 팬들의 기대를 받아왔지만 진척이 더뎌 아쉬움이 컸다. 두기봉이 제작을 맡은 지아장커의 <재청조>는 드디어 2월에 촬영에 들어간다. 왕가위의 <일대종사>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상당 부분 촬영이 진행됐지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몇 가지 이유로 완성이 지연되고 있다. 왕가위 감독이 설립한 젯톤의 한 관계자는 올 칸영화제 상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켜봐야 할 듯하다. 알려진 대로 <일대종사>는 전설적인 무예인 엽문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인데, 먼저 제작된 견자단의 <엽문> 시리즈가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두면서 투자자로부터 흥행에 대한 압박도 받고 있다고 한다. 허우샤오시엔의 <섭은랑> 역시 촬영일자가 미정이다. 이미 여러 차례 촬영이 연기되었지만,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올봄에는 반드시 촬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나라 시절의 여검객 섭은랑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는 서기, 쓰마부키 사토시, 장첸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재청조>와 <일대종사> <섭은랑>이 올해 안에 모두 완성 된다면 그야말로 기록적인 한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주성치는 세 번째 <서유기>로 다시 돌아온다. 직접 시나리오, 주연, 연출(<타뢰대>의 곽자건 감독과 공동연출)을 맡았으며, 서기도 출연한다. 중국과 홍콩의 개봉예정일은 8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도 신작을 내놓는다. 일본에서 제작 중인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이 그것이다. 그로서는 옴니버스영화 <티켓>과 <사랑을 카피하다>에 이어 세 번째로 해외에서 찍는 작품이다. 우리 나이로 올해 73살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스타일은 변함이 없지만, 20대의 콜걸과 만나 사랑을 나누는 80대 노교수의 이야기는 새롭다. 프랑스의 오랜 파트너인 MK2가 일본과 공동투자와 배급을 맡고 있어, 칸영화제 진출이 유력하다. 바흐만 고바디의 신작 <리노의 계절>도 주목 대상이다. 이슬람 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러브 스토리를 담은 이 작품은 모니카 벨루치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다. 현재 준망명 상태인 바흐만 고바디는 터키에서 모든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 중이다. 최근 작품 활동이 뜸했던 또 한명의 거장인 아볼파즐 잘릴리도 2007년 <하페즈> 이후 신작 <개구리>를 내놓는다. 빚쟁이들의 돈을 대신 찾아주는 해결사 일을 하는 청년의 시선을 통해 이란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현재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 중이다. 그의 작품이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비전문 배우를 기용하여 만들었다. <천국의 아이들>의 마지드 마지디는 이란영화 사상 최대 규모의 대작 <무함마드>를 찍고 있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란은 물론 범이슬람권의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이란의 연기자들이 크고 작은 역을 맡아 출연하고 있으며, 전세계의 이슬람권 국가에서 투자를 하고 있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2011년을 최고의 해로 보냈던 아쉬가르 파라디는 8월에 신작 <벽이 곧 우리>의 촬영에 들어간다. 일정상 올해 안에 완성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이케 다카시의 <역전재판>.

일본에서는 소노 시온과 구로사와 기요시, 이시이 가쿠류, 오기가미 나오코, 아오야마 신지의 신작이 눈길을 끈다. 2011년을 화려하게 보냈던 소노 시온은 지난 1월13일 <희망의 나라>의 촬영을 시작했다. 전작 <두더지>에 이은 ‘3·11 대지진’에 관한 두 번째 영화다. 대지진 이후 고향 땅을 떠나기를 거부하는 세쌍의 부부와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칸영화제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본 개봉은 가을로 예정되어 있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위성TV 채널 <와우와우> 제작으로 TV영화 <속죄>를 이미 완성했고 방송도 탔다. 미나토 가나에(영화 <고백>의 원작 소설가)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딸의 살해현장을 목격한 딸의 친구들을 만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다. 고이즈미 교코, 아오이 유우, 고이케 에이코, 안도 사쿠라 등 호화 캐스팅으로도 주목을 끌었다. 문제는 극장 개봉. 미니시리즈 형식에다가 극장판으로 편집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라 극장 개봉 계획은 아직 없다. 다만, 영화제에서는 상영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2003년 이후 장편극영화를 발표하지 못했던 이시이 소고는 이름을 이시이 가쿠류로 바꾸고 오랜만의 신작 <살아 있는 사람 있나요?>를 2월18일 개봉한다. 초창기의 펑크 스타일로 다시 돌아간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특한 감성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오기가미 나오코는 신작 <고양이 대여>를 이미 완성하였고,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초청을 받았다. 많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독신 여성이 외로운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대여해주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마이 백 페이지>로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 야마시타 노부히로는 <고역열차>를 만든다. 중졸에 전과 기록도 가지고 있는 니시무라 겐타의 2011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동명 소설을 영화화하는 작품으로 모리야마 미라이, 고라 겐고가 주연을 맡았다. 일본에서는 7월14일 개봉예정이다.

다작하는 감독들의 신작

올해 3편의 영화를 동시에 발표하는 감독이 있다. 와카마쓰 고지다. 그는 올해 <해연호텔 블루>와 <11·25 자결의 날> <천년의 유락>를 발표한다. 후나도 요이치의 원작을 영화화한 <해연호텔 블루>는 5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한 남자가 배신한 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쫓다가 한국에서 밀입국한 여자를 만나고, 점점 광기에 사로잡히며 파멸의 길로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3월24일 개봉예정이다. 미시마 유키오가 할복 자살에 이르는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고찰한 <11?25 자결의 날>은 여름에 개봉할 예정이다. 두편 다 완성되어 시사회까지 마쳤다. 나카가미 겐지의 원작을 영화화한 <천년의 유락>은 일본의 하층민 계급인 부락민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현재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 중이다. 와카마쓰 고지가 이처럼 한꺼번에 세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의 건강 때문이다. 지난 몇년 사이에 그는 암 진단을 받고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다. 현재는 작품 활동을 할 만큼 회복되었지만, 그로서는 오히려 영화 만들기에 더 몰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미이케 다카시도 두편의 영화를 개봉한다. 이번에는 인기 게임과 만화를 영화화한다. 인기 게임을 영화화한 법정스릴러 <역전재판>은 2월11일 일본 개봉에 앞서 1월15일 개막한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었다. 1970년대의 가지와라 이키의 동명의 청춘 만화를 영화화한 <아이와 마코토>는 6월16일 개봉한다. 최근 미이케 다카시의 영화는 기복이 좀 있는 편이라, 결과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최근 홍콩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소이청 감독도 올해 두편의 영화를 발표한다. 손오공 이야기를 3D와 아이맥스 버전으로 만드는 대작 <대료천궁>과 카 체이스 영화 <차수>다. 견자단, 주윤발 주연의 대작 <대료천궁>은 소이청의 첫 중국 본토 촬영 작품이며, <차수>는 뛰어난 운전 실력을 보유한 탈옥범을 잡으려는 신참 경찰의 고군분투를 그린 액션영화다.

동남아영화의 일취월장

올해 동남아시아영화는 주목할 만한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필리핀. 필리핀은 최근 수년간 독립영화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지역이었다. 그런 흐름을 이어 최근 각 ‘지역’으로 독립영 화 제작이 확산되고 있다. 즉, 전혀 새로운 독립영화가 탄생할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다. 세부, 일로일로, 루손, 비사야스, 민다나오 등이 대표 지역이다. 필리핀영화개발위원회는 지역영화 제작을 장려하기 위해 필리핀의 각 지역을 돌며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는 잠보앙가, 바키오, 일로일로, 산페르난도, 라나오 델 수르 등에서 영화제가 개최되었다. 올해는 이들 지역영화를 한자리에 모아 시상하는 영화제를 출범시킨다. 시넹 팜반사 컴페티션(Sineng Pambansa National Film Competition)이 바로 그것. 각 지역을 대표하는 장편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을 대상으로 한 영화제로, 오는 6월 다바오에서 첫 행사가 열린다. 그리고 이 행사에서 브리얀테 멘도자의 신작 두편(<포로>와 <자궁>)이 상영될 예정이다. 제62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처음 소개되는 <포로>는 외국인 국제구호원이 민다나오의 반군에 납치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을 맡아 이목을 끌었다. 칸 혹은 시넹 팜반사 컴페티션에서 최초로 공개될 영화는 <자궁>. 이제 막 촬영을 시작한 <자궁>은 ‘바하우’라 불리는 바다집시에 관한 영화다. 필리핀 남부해안을 중심으로 살고 있는 ‘바하우’는 특히 배를 만드는 기술로 유명하다. ‘레파-레파’라 불리는 배는 그들의 집이기도 하다. ‘레파-레파’를 타고 이 섬, 저 섬을 떠돌며 생활하는 것이다. <자궁>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 남편에게 두 번째 부인을 구해주면서 벌어지는 질투와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필리핀 남부의 타위-타위 지역에서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다. <자궁>은 브리얀테 멘도자의 이전 작품들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 될 것이며, 필리핀의 ‘지역영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가 <자궁>을 시넹 팜반사 컴페티션에서 공개하는 것도 그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멘도자는 이밖에 두편의 다큐멘터리를 더 만들고 있다. 필리핀의 소수부족을 탐구하는 <트리부>, 필리핀의 가톨릭 신앙심에 대한 고찰 <크리스토>가 그것이다. 7월의 시네말라야영화제에서 공개될 신작 리스트도 주목해야 한다. 아돌포 알릭스 주니어의 <야생의 삶>, 메스 데 구즈만의 <디아블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수상 감독인 로이 아르세나스의 두 번째 작품 <레퀴엠>, 레이먼드 레드의 <카메라 옵스큐라>, 제프리 제투리안의 <포사스> 등 기대작이 수두룩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에드윈과 가린 누그로호를 주목해야 한다. 에드윈의 신작 <동물원에서 온 엽서>는 인도네시아영화 사상 처음으로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특히 에드윈은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영화아카데미 1기 출신이며, 장편 데뷔작 <날고 싶은 눈먼 돼지>가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서 처음 소개되었는가 하면, <동물원에서 온 엽서>는 2009년 아시아프로젝트마켓(구 부산프로모션플랜) 초청작이다. 기린 사육사인 할림의 보살핌으로 동물원에서 자라난 처녀 라나가 사랑에 빠져 동물원을 떠나서 많은 일을 겪은 뒤에야 할림과 동물원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로써 인도네시아영화는 가린 누그로호, 리리 리자와 더불어 에드윈이라는 젊은 피를 수혈받아 국제무대에서 인도네시아영화의 존재가치를 더욱 부각하게 됐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가장 대표적인 감독으로 손꼽히는 가린 누그로호는 최근 작품 활동이 드물었지만, 올해 두편의 작품을 발표한다. 로테르담영화제에 초청된 <눈가리개>는 종교적 신념과 종교적 근본주의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한 작품이다. 현재 그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원주민 주교의 네덜란드·일본 투쟁기를 그린 <소에기자>를 만들고 있다.

타이도 기대작들이 많다.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은 <아르테TV>에서 제작하는 한 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으며, 4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메이저 회사와의 작업에 염증을 느낀 위시트 사사나티앙은 독립영화인 <수리아>를 들고 다시 돌아온다. 킥복서로서는 천하무적이었지만 개인적 삶은 처절했던 전설적인 타이 킥복서 수리아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은 스릴러영화 <왜곡>을 선보인다. 연쇄살인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다룬 작품으로, 이미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 중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독립영화그룹에 속한 핵심 감독들의 신작 소식이 별로 없다. 탄추이무이, 우밍진, 호유항 감독의 신작 준비작업이 더디게 진행 중이고, 리우성탓의 <어디에 살고 있니?>가 9월 이전에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미르 무하마드는 최근 작품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이고, 제임스 리는 주류 영화계에 들어가 다작 활동을 하고 있다. 2007년 데뷔작 <주머니 속의 꽃>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상을 수상하며 단번에 주목할 만한 신인으로 떠올랐던 리우성탓의 <어디에 살고 있니?>는 말레이시아의 한 가난한 농부가 병석에 누운 장모를 돌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집을 처갓집 근처로 옮겨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타이 애니메이션 <야아크>에 주목

아시아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강세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을 비롯한 몇몇 아시아 국가에서 의미있는 장편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고 있다. 올해는 특히 타이의 <야아크>(Yaak)가 기대작이다. 타이는 ‘칸쿠웨이’ 시리즈로 이미 애니메이션 제작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는데, 600만달러 규모로 만들어지는 <야아크>는 타이 애니메이션 역사에 새로운 한획을 그을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도의 <라마야나>는 타이에서도 널리 읽히는 대서사시인데, 여기에 로봇 이야기를 입힌 작품이다. 제작기간만 5년으로, 4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올해도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많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잘 알려진 호소다 마모루가 <늑대아이 아메와 유키>를 7월에 개봉한다. 늑대인간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키우는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흥행에서도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공각기동대> <동쪽의 에덴>의 가미야마 겐지는 <009 리: 사이보그>를 가을에 개봉한다.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60년대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3D CG애니메이션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명가 프로덕션 I.G와 CG 전문 스튜디오 ‘삼차원’이 힘을 합쳐 만드는 작품이다. 또 다른 애니메이션의 명가 스튜디오 4°C는 <베르세르크>를 개봉한다. 미우라 겐타로의 동명 원작 만화를 3부작으로 만들 예정이며, 그 첫 작품인 <황금 시대편: 패왕의 알>(구보오카 도시유키 감독)이 2월4일 공개된다. 사토시 곤의 미완성 유작 <드림 머신>은 완성이 미지수다. 사토시 곤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매드하우스 전 사장인 마루야마 마사오가 완성을 약속했지만, 매드하우스가 <니혼TV>에 매각되고 마루야마 전 사장도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완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인도의 지역영화들, 그리고…

<루나 파파>를 기억하고 사랑했던 분들께 기쁜 소식. 바흐티아르 후도이나자로프 감독(타지키스탄)이 신작 <바다를 기다리며>를 거의 완성했다. <탄케르 탱고> 이후 6년 만이다. 황량한 모래사장에서 바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선장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루나 파파>에서 보여주었던 중앙아시아 특유의 신비주의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2월 중 완성 예정.

방글라데시의 새로운 영화운동 ‘차비알’을 주도하고 있는 모스타파 파루키의 신작 <텔레비전>도 기대작. 생명체를 사진으로 재현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하람’의 관점에서 텔레비전을 버리려는 이맘과 텔레비전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을 사람들간의 우스꽝스러운 싸움을 그린 작품으로, 현재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 중이다.

이라크에서는 모하메드 알 다라지의 신작이 주목을 끈다. 2008년 <바빌론의 아들>로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던 다라지는 현재 이라크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손꼽힌다. 그의 신작 <기차역>은 바그다드역에서 자살테러를 기도한 스물세살의 젊은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가 자살테러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이라크가 안고 있는 사회·정치적 문제를 하나하나 밝혀나갈 예정이다.

인도는 필리핀과 마찬가지로 지역영화가 올해의 화두로 대두될 것이다. 전통적인 작가영화의 산실인 콜카타, 케랄라 지역 외에도 펀잡, 고아, 푸네 등지에서도 새로운 작가영화가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줄을 이을 것이다. 주류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작품은 발리우드 뉴웨이브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아누락 카시압의 <와세이푸르의 갱>이다. 탄광 지역에 산재한 마피아들의 치열한 영역다툼과 복수를 그린 대작으로, 감독은 부인하지만 인도판 <대부>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현재 촬영을 마쳤으며, 5월과 12월에 1, 2부로 나눠 개봉할 예정이다. 인도 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제작자 겸 감독과 당대 최고의 배우가 만나는 특급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야쉬 초프라와 샤룩 칸이 바로 그들이다. <넘버 원>이라는 제목의 이 특급 프로젝트는 야쉬 초프라의 8년 만의 연출작이며, 그의 영화인생 50주년 기념작이기도 하다. 샤룩 칸 외에도 현재 인도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카트리나 카이프도 출연할 예정이며 A.R. 라흐만이 음악을 맡았다. 제작사인 야쉬 라지 필름은 <넘버 원>을 9월에 완성할 예정이며, 토론토영화제나 부산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사진 김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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