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이하 <별거>)의 국제적 성공을 둘러싼 이란 내부의 반응이 싸늘하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별거>는 국내에서도 개봉해 호평을 얻었던 작품으로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금곰상을 받고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다가올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있다. 자국 작품이 해외에서 올리고 있는 성과에 대해 정권 지지자들은 강경한 태도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핵개발 의혹을 산 이란이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서구의 영화제들이 이란영화에 상을 주는 것이 일종의 회유책이 아니냐는 것. 정권 우호적인 이란 작가 마수드 페라사티는 국영TV에서 “과거 20년간 이란영화가 수많은 상을 받게 된 배경에는 정치적 동기가 있었다”며 “미국이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제재를 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신호를 주기 위해 상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별거>가 묘사하는 우리 사회의 이미지는 서양인이 바라는 ‘더러운 모습’”이며 “그 영화의 성공은 환상일 뿐”이라고 말해 파라디의 예술적 성취를 묵살하기도 했다.
파라디 감독에게 쏟아지고 있는 이란 정권의 비난은 그러나 다른 감독들에 비하면 심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영국 <가디언>은 알렸다. 징역 6년형을 선고받은 모하메드 라술로프 감독이나 이란 정권에 비판적인 호주영화에서 머리를 히잡으로 가리지 않고 나왔다고 징역 1년과 태형 90대를 선고받은 여배우 마르지에 바파메르에 비하면 파라디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별거>는 일부 이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으며 정부가 후원하는 상을 받기도 했었다. 이란의 영화평론가 파르비즈 자헤드는 <별거>에 대한 이런 이란의 양가적 반응이 작품의 모호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영국 <옵서버>에 전했다. “정치에 대한 파라디의 접근방식은 직접적이지 않고 암시적이다. 그것이 <별거>처럼 미묘한 영화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다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 분위기라면 <별거>가 아카데미에서 수상할 경우, 파라디에 대한 비난과 음모론이 더 거세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