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편한 안경으로 3D영화를 볼 것인가 고민하는 마당에 무성영화가 웬 말인가. 1930년대 초반까지 스크린을 장악했던 이 거대 공룡은 기술의 진보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 감독 미셸 아자나비시우스는 3D 블록버스터의 출현으로 기술의 정점을 구가하는 21세기 극장가에 감히 이 공룡을 불러온다. 남자는 무성영화 최고의 스타 조지(장 뒤자르댕). 그를 흠모하는 여인은 한때 조지의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 있는 여배우 페피(베레니스 베조)다. 달라진 환경에서 더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 조지와 달리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페피는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가 되고, 나락에 떨어진 조지를 찾아 나선다.
과거 무성영화를 향한 회한이야 영화에 여러 차례 등장해왔지만 전환기의 공기를 직접 불러와 아예 무성영화 형식에 담은 경우는 없었다. 눈과 귀를 멀게 할 정도의 효과 없이는 꿈쩍도 하지 않는 지금의 관객에게 과연 이 무언의 세계가 어떤 위안을 줄지도 미지수였다. <아티스트>는 위험천만한 도전에 대한 해법으로 오히려 철저하게 전성기 무성영화의 특성을 고스란히 재연하는 방식을 택한다. 대사 없이 진행될 영화를 위해 스토리라인을 최소화하고, 흑백무성영화에서 처음 사용했던 규격인 1.33:1의 화면비율을 고수한다. 컬러로 촬영한 뒤 흑백으로 전환해 과거 흑백 필름이 주었던 날선 느낌을 재현해냈다.
짜임새있는 플롯, 즉각적인 희로애락의 감정표현, 군더더기 없는 연출이 불러온 효과는 컸다. 단순히 한편의 영화가 주는 재미를 넘어서 영화에 대한 영화가 시네필에게 호소할 수 있는 감흥까지 불러왔다. 코믹한 연기로 프랑스에서 잘 알려진 배우 장 뒤자르댕의 연기 또한 <아티스트>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