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가 데뷔작이다. 어떻게 캐스팅됐나.
=인터넷에서 탈북자 역을 뽑는다는 공고를 봤다.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더라. 근데 프로필 사진이 해맑게 웃고 있는 것밖에 없었다. 안될 줄 알면서도 내봤다. 역시나 연락이 안 왔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한달 뒤쯤 같은 글이 또 올라와 있는 거다! 다행히 두 번째 냈을 때 전화가 왔다. 황당한 건 그렇게 하고 싶어해놓고 오디션 가기 전 대본을 반밖에 못 읽었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2주 동안 4번 정도 더 미팅을 하게 됐고, 그쯤 되니 나도 안달이 났다. 나 말고도 4명 정도 후보가 더 있었단다. 결국에 되긴 했는데 PD, 연출부 다 반대했었다고 하더라. 감독님도 처음에는 탈북자에 전혀 안 어울리는 이미지인데 왜 지원했을까 궁금해서 불러봤던 거였다고. 되고 나니까 우선 태닝을 200분 정도 하고 반삭발부터 하자고 하시더라. (웃음)
-인터뷰도 오늘이 처음이라고.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인터뷰라고 가족들이 나서서 협찬도 받아줬다. 실례일 수도 있겠지만 혹시 의상에 ‘su-cut.com’이라고 표기해줄 수 있나.
-가능하다. (웃음) 평소에 김경묵 감독의 영화에 관심이 많았나.
=전혀 몰랐다. 감독님이 동성애자인 것도 가장 늦게 알았다. 어느 날 연출부 누나가 “바울아, 감독님 게이인 거 알아?”라고 묻더라. 옆에 있던 새벽(순희 역)이도 “바울아, 난 알고 있었는데 너한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몰랐어”라고 하고. 그렇게 전해 듣고는 넘겼는데 그날 꿈을 꿨다. 감독님한테도 말 안 한 건데. (웃음) 누나랑 같이 살고 있는데 자다가 고개를 돌리니 누나가 있어야 할 자리에 감독님이 있는 거다. 의식 못했는데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대본을 반만 읽었으면 후반부에 현과의 애정신이 있는지도 모르고 오디션에 갔겠다.
=안 그래도 감독님이 그 자리에서 뒷부분까지 읽어보라고 하시더라. 약간 당황했지만 연기니까 상관없었다. 화장실에서 섹스하는 장면도 세번 만에 끝냈다. (웃음) 마지막에 현준(현 역)이랑 키스하는 장면에서는 현준이가 몰입해서 혀라도 넣을까봐 좀 긴장했다. 그래서 이 꽉 깨물고 입술에 힘주고 했다. (웃음)
-흰색 포스터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소년은 본인인가.
=나다. 현준이랑 새벽이도 같이 찍어서 처음에는 현준인 줄 알았는데 다리털이 딱 나더라.
-차기작은 정했나.
=아직. 홍보가 끝날 때까지는 <줄탁동시>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영화 보고 날 찾아주시는 분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고. 앞으로도 부담없이 즐겁게 연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