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어설픈 기교마저 없는 선명한 드라마 <천사의 숨소리>
2012-02-22
글 : 송경원

세련되지도 않았고, 몇분만 봐도 어떻게 끝날지 빤히 보이는 데다가, 몇몇 장면은 손발이 오그라들 만큼 조악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노골적인 단점들은 전혀 거슬림없이 오히려 관객을 이야기 끝까지 몰입시키는 마력을 발휘한다. <찬사의 숨소리>는 전직 댄서 출신 배우인 한지원 감독이 각본에서 감독, 주연까지 모두 도맡은 저예산영화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 영화의 진면목은 식상한 이야기 속에 담긴 진정성과 뚝심있는 전달력에 있다.

재능도 성의도 요령도 없는 연기자 지망생 재민(한지원)은 번번이 오디션에서 낙방한다. 연기한답시고 여기저기 사고만 치고 다니는 철없는 아들이지만 영란(김영선)은 언제나 그런 아들의 열정과 꿈을 믿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어느 날 재민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연기를 준비해오면 합격시켜주겠다는 기획사 사장의 제안을 받는다. 늘 아들 뒷바라지에 제대로 쉬지도 못한 엄마는 지병인 천식이 점점 심해져가지만 사장이 내려준 미션 풀기에 정신이 팔린 재민은 이를 알지 못한다.

장점과 한계가 분명한 작품이지만 주로 장점이 한계를 덮어주는 쪽으로 작동하는 것은 배우들과 감독이 전하는 진정성에 힘입은 바 크다.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담과 모성애를 교차로 엮어낸 영화의 주제는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나 익숙하고 노골적이라 민망하기 이를 데 없지만, 어설픈 기교마저 없는 선명한 드라마가 도리어 깊은 공감과 감동을 자아낸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티격태격 치고받는 엄마와 아들의 코미디의 발랄함이다. 흔한 상업영화에서 보기 힘든 신선하고 공감 가는 유머들은 극 후반의 감동을 위한 좋은 호흡을 선사한다. 차곡차곡 성실히 쌓아나가는 드라마 덕분에 재민이 펼치는 마지막 오디션 연기 장면은 보기 드문 강렬한 인상마저 남긴다. 투박해서 더 좋은 성실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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