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강호에 다시 먹구름이 몰려든다. 어느 날 원숭이 대사부가 제자와의 대련을 마친 그때에 예전에는 제자였으나 지금은 권력에 눈이 먼 판다곰 슬래쉬가 대사부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기습을 감행한다. 원숭이 대사부는 겨우 목숨을 부지하여 빠져나오지만 그의 생은 얼마 남지 않았고 우연히 만난 호떡장수 토끼인 투에게 무술 신공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하지만 투는 자신이 무술의 달인이 된 줄 까맣게 모른 채 대사부가 자신의 딸 피오니에게 전해달라는 명패를 들고 피오니를 만나러 떠난다. 투도 이제 곧 그가 무술의 달인이라는 걸 알게 될 거다.
<레전드 오브 래빗>은 3D애니메이션이다. 중국의 기술진이 3년 이상의 제작기간 동안 15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여 완성했다. <쿵푸팬더>가 모델인 걸 아는 건 어렵지 않다. 영화 속 가장 재미있는 대사도 여기에 관련이 있다. 원숭이 대사부를 해하고 그 자리에 오른 못된 판다곰 슬래쉬를 가리켜 누군가가 말한다. “눈에 마스카라만 칠하면 다 쿵푸팬더냐?” <쿵푸팬더>의 주연 동물이 여기서는 놀림감이며 악당이다. 전반적으로 아이디어는 좋다. 하지만 구현이 잘된 것 같진 않다. 영화 속 대사를 빌려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동물이 무술만 한다고 다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냐? 무엇보다 이야기의 맥박이 느껴지질 않는다. 중국 민담 속에 등장하는 듯한 각양각색의 동물들의 형상을 구경하는 건 재미있지만 그 밖의 무엇이 없다. 아이들은 그림만 볼지 몰라도 아이들을 극장에 데려가는 어른들은 제대로 된 이야기의 감흥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