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액션의 속도감 만으로는 헐겁다 <고스트 라이더 3D: 복수의 화신>
2012-02-22
글 : 김효선 (영화평론가)

올해 마블의 첫 히어로는 광속의 헬바이크를 타고 화염 사슬을 휘두르는 그, 쟈니 블레이즈(니콜라스 케이지)다. 아버지의 목숨을 얻는 대가로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기고 가공할 전투력을 얻게 된 현대판 파우스트, 저주받은 운명에 고통스러워하던 쟈니는 인류의 명운을 짊어진 소년 대니(퍼거스 리오단)를 구하기 위해 악마 로크(시아란 힌즈)에 맞선다. <고스트 라이더 3D: 복수의 화신>은 2007년에 발표된 <고스트 라이더>의 리부트 작품에 가깝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또다시 열혈 액션 연기를 선보이지만 조역과 제작진, 그리고 스토리까지 완전히 새롭게 짜였다.

연출을 맡은 마크 네빌딘과 브라이언 테일러 듀오는 <아드레날린 24>에서 액션 쾌감과 유머를 능란하게 버무린 바 있다. 스턴트맨을 따라붙으며 카메라를 들고 찍는 것으로 유명한 두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강렬한 액션장면을 담아내기 위해 추락의 위험을 불사했다. 그 결과, <고스트 라이더 3D: 복수의 화신>은 역동적인 카메라워크를 과시하며 첫 장면부터 빠르게 이야기를 몰아붙인다. 이 때문에 정체성에 대한 쟈니와 대니의 혼란과 공감, 저주에서 풀려난 쟈니가 다시 고스트 라이더가 되는 과정 등의 서사적 전환점들이 무게감있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전작보다 생생해진 불꽃 CG와 바이크 스턴트맨들이 만들어낸 묘기들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촬영장소인 루마니아와 터키의 고풍스러운 성곽과 자연경관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쉴새없이 몰아치는 액션신의 화력에 비해 영화는 95분의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질 정도로 헐겁다. 액션의 속도만으로 장시간 긴장을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