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평이한 청춘영화 <열여덟, 열아홉>
2012-02-29
글 : 이후경 (영화평론가)

<열여덟, 열아홉>이란 제목은 열여덟에서 열아홉으로 넘어가는 청춘의 길목을 가리킨다. 고2 겨울, 주민등록증을 취득한 서야(백진희)는 사랑도, 결혼도 자유롭게 택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쌍둥이 남매 호야(유연석)에게 그동안 꼭꼭 눌러뒀던 사랑을 고백한다. 어찌할 줄 모르던 호야는 서야의 친구 도미(엄현경)와 교제를 시작하고, 서야도 반항심에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복싱부 선배 일강(정헌)과 사귀어버린다. 여기까지 로맨스 학원물처럼 진행되던 영화는 서야의 임신과 중절수술을 계기로 권투영화와 성장영화 사이로 길을 돌린다. 그 전환점이 되는 한 장면이 재밌다. 일강의 패거리에게 서야의 복수를 하려다 도리어 맞아서 눈이 퉁퉁 붓게 된 호야가 얼떨결에 동네 복싱장에 딸린 화장실 세면대를 부수고 마는 장면이다. 아이러니한 코미디가 담겨 있으면서 코치 기주(이영진)의 등장까지 경제적으로 처리한 재치가 돋보인다. 호야는 기주를 만나 ‘쭈그리’ 신세에서 벗어나고 신인왕 결승전에서 일강과 한판 승부까지 벌인다.

십대 소년소녀의 금지된 사랑은 일본식 순정만화의 고전적 주제다. 꽃미남 선배와 해바라기 소녀가 그들 주위를 맴돌며 두근두근한 상황을 빚어내는 방식도 눈에 익다. 하지만 결국 영화는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일일시트콤에서 88만원 세대의 구질구질한 사랑을 열연하고 있는 백진희와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아역으로 등장했던 유연석의 매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연출과 평이한 TV드라마 수준에 머무르는 촬영과 편집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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