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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한국 감독이 할리우드로 오길 바란다”
2012-03-06
글 : 김도훈
사진 : 오계옥
한국시장 진출 선언한 폭스인터내셔널프로덕션 샌포드 패니치 대표

한국영화는 새로운 동력을 얻을 것인가. 아니면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과 한국어로 경쟁해야 할 시대를 맞이할 것인가. 이십세기 폭스엔터테인먼트 그룹 산하 폭스인터내셔널프로덕션(Fox International Production, 이하 FIP) 대표인 샌포드 패니치가 한국을 방문해 공식적인 한국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FIP는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자국어로 제작되는 영화의 투자?제작 및 배급을 목표로 지난 2008년 설립된 부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가 이제는 직접 한국에서 한국어영화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오랫동안 이십세기 폭스의 부사장으로 일하며 <타이타닉> <도망자> 등 많은 블록버스터를 제작하고 뉴리전시의 대표를 역임했던 샌포드 패니치 대표를 만났다.

-이십세기 폭스가 지난 2008년 FIP를 설립한 계기는 뭔가.
=우리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여러 국가들의 자국영화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하는 걸 지켜봤다. 가장 극단적인 예는 자국영화 점유율이 90%에 달하는 인도다. 폭스로서는 보다 국제적인 시야를 갖고 일을 하고 싶었으니 자연스러운 사업 확장이라고 할까. 그동안 인도, 중국, 러시아, 독일, 스페인, 브라질 등 11개국에서 30여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FIP가 처음으로 참여한 인도영화 <내 이름은 칸>은 발리우드영화 역사상 최고의 해외수익 기록을 올렸다. 지난해 러시아 박스오피스10에 오른 네 작품도 FIP가 참여한 작품이다.

-처음으로 FIP가 공동 투자와 제작, 배급에 참여했던 한국영화는 나홍진의 <황해>였다.
=몇년 전 칸에서 <추격자>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 규모있는 영화를 지휘하는 능력, 독창성, 이야기꾼로서의 재능. 이런 나홍진의 장점을 보면서 함께 영화를 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됐다. 물론 첫 번째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 영화사와 공동으로 제작하고 배급했지만 차기작을 할 땐 영화의 메인 투자자, 제작사, 배급사가 되고 싶다.

-<황해>의 성적은 만족할 만했나.
=물론 박스오피스에서 더 성공하길 바랐다. (웃음) 어쨌거나 <황해>는 이제 막 미국에 배급됐고, 곧 (외국어로 제작되는 영화들의 홈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위해 설립된) 폭스월드시네마를 통해 전세계 안방 극장에 풀릴 것이다. 아직 <황해>의 이야기는 끝난 게 아니다.

-본격적으로 진출을 선언한 올해는 몇편의 영화를 내놓을 예정인가.
=이미 지난 1년간 여러 프로젝트들을 개발해왔고, 올해는 2편의 영화를 개봉하는 게 목표다. 약간의 힌트만 주자면 두편 모두 중간 규모 예산의 영화들이고 현재 캐스팅을 진행 중이다. 신인감독은 아니고 한두 작품을 만든 잘 알려진 중견감독이다. 러시아 감독 티무어 베크맘베토프 역시 <나이트 워치> 3부작을 공동으로 배급 한 인연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함께 작업할 한국 감독들도 성공을 거둔 뒤 할리우드에 갈 수 있길 바란다.

-FIP가 한국에서 만들고 싶은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 작가적인 야심이 넘치는 <황해>는 이질적인 선택이었던 것 같다.
=<추격자>가 박스오피스 성공작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는 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질적으로 우수한 영화다. 한국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한국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

-한국시장에 맞춤옷 같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신 역시 한국시장의 취향을 잘 알아야 할 텐데.
=한국영화는 구조가 할리우드와 흡사하다. 발리우드영화를 만들 땐 노래와 춤이 곁들여진 연쇄살인 미스터리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정말 할리우드와는 완전히 다른 톤을 가진 영화다. (웃음) 흥미롭게도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자국영화들은 아주 상업적이고, 톤이 일정하고, 감정의 깊이도 있다. 할리우드에서 내놓는 최고의 성공작들과 일맥상통한다.

-본격적으로 제작, 투자, 배급에 뛰어들면 몇몇 구체적인 난점들이 있을 수 있다. 한국 영화시장은 대기업 계열의 투자배급사들이 거의 독점하고 있으며, 할리우드 자본의 시장 침탈이라는 비난도 있을 수 있다.
=우리로서 가장 큰 도전은… 배급의 압박을 뚫는 데 있어서 충분한 정답이 없다는 거다. (웃음) 아주 독특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폭스코리아라는 훌륭한 배급사가 FIP를 훌륭하게 가이드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할리우드 자본이 한국시장의 점유율을 빼앗아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을 벌기 위해 왔지만 한국이라는 한정된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폭스의 배급망을 이용해서 세계시장에 소개해 매출도 늘리고 관객을 만나는 기회도 확장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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