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퀴즈. 답을 맞혀보시라. 스티브 부세미가 순진남으로 등장함. 영어 원제와 한국 개봉명의 느낌이 180도 가깝게 차이남. 스칼렛 요한슨이 주인공 친구로 나옴.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에 만들어졌음. ‘발칙한’, ‘소녀’, ‘성장’ 같은 태그를 달고 다니는 <주노>의 언니인 <판타스틱 소녀백서>의 원작 <고스트 월드>의 대니얼 클로즈의 2010년작 그래픽 노블 <윌슨>이 출간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하릴없이 동네 ‘죽순이’로 시간을 보내며 투덜거리고 스토킹하고 섹스하던, 가짜에 대한 예민한 감식안을 지닌 두 소녀 이니드와 레베카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윌슨>의 주인공 윌슨은 아저씨이긴 해도 소녀들의 도플갱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한 페이지에 하나의 에피소드, 하지만 첫장부터 끝장까지 이어지는 내러티브. <윌슨>의 첫화 ‘우애’의 첫 대사는 “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인데 페이지 마지막 칸에 가면 윌슨은 분노하고 있다. “아, 제발 부탁인데 입 좀 닥쳐라!” 윌슨은 말을 하는 모든 존재에, 더불어 말을 하지 않는 모든 존재에 분노를 쏟아낸다. 돌아가신 어머니, 임종을 앞둔 아버지, 떠나간 전처, 전처가 입양시킨 딸아이…. 때로 감상적이 되기도 하지만 그럴 때면 스스로에게 더욱 분노한다. 그에게 유일한 벗은 개 페퍼. <윌슨>은 윌슨이 전처를 만나 딸의 행방을 알아내면서, 그러니까 그가 동네를 벗어나 행동이라는 것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할 수도 있다. 일방적으로 말을 뱉어내기만 하던 윌슨이 관계라는 것을 시도할 때 파국은 예견되지만 그 파국은 세상이 나빠지는 속도보다 빠르지 않다. “미래나 앞날을 상상하면 항상 풍요로울 거라 생각하죠? 그런데 그저 다른 것들이 있을 뿐이죠. 그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 말입니다.” 윌슨은 환상 없이 살겠다고 단언하지만 이 책의 누구보다 새로운 상황 앞에 환상을 품고 누구보다 깊게 주저앉는다. 그럼에도, 독백처럼 방백처럼 그는 말한다. “할 수 없지, 뭐. 가는 데까지 가보는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