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빠르고, 화려하고, 손에 땀을 쥐게하는 액션 <용문비갑>
2012-03-14
글 : 송경원

이야기는 <신용문객잔>(1992)으로부터 3년 뒤를 배경으로 한다. 명나라 영락제 시절, 주유안(이연걸)은 충신을 죽이려는 동창의 환관 만유루를 제거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동창의 세력이 약해진 자리에는 귀비를 등에 업은 서창의 우두머리 우화전(진곤)이 득세한다. 한편 주유안을 사모하여 객잔마저 불태우며 그의 흔적을 쫓던 용문객잔의 전 주인 능안추(주신)는 여행 도중 서창에 살해되기 직전의 궁녀 소혜용(범효훤)을 구해준다. 추격을 피해 용문객잔으로 향하는 두 여인. 그러나 용문에는 이미 60년마다 돌아오는 모래폭풍으로 황금이 숨겨진 고대 도시가 나타날 거란 소문을 듣고 모여든 강호의 무뢰배들이 득실대고 있다. 몽골부족장 소문(계륜미), 암기의 달인 고소당(이우춘), 주유안을 추격하는 우화전과 그런 우화전을 암살하려는 주유안까지. 모두의 발걸음이 용문을 향하고 객잔에는 다시금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무려 20년 만의 귀환이다. 아시아의 스필버그, 서극 감독이 자신이 제작을 맡았던 <신용문객잔>의 후속편을 들고 돌아왔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3D영화가 한시적인 현상이 아닌 영화의 미래가 될 거란 믿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특수효과에만 제작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90여억원이 투입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용문비갑>의 방점이 어디에 찍혀 있는지 짐작 가능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의 CG 사용을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신의 걸작 <촉산>(1983)을 리메이크했다가 실패했던 <촉산전>(2001)의 아픈 기억 탓이기도 하거니와 <서극의 칼>(1995) 같은 사실적인 무협액션에 감명받은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모험가였다. 한때 홍콩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SFX는 기술을 향한 그의 무모한 도전의 결과물이다. 서극은 <용문비갑>에서 이를 다시 한번 성공시킨다. 전작 <신용문객잔>은 호금전의 <용문객잔>(1968)에 비해 멜로와 코믹 성향이 짙은 작품이었다. <용문비갑>은 멜로 정서는 여전하지만 코믹은 상당히 옅어졌다. 대신 대부분의 시간과 정력을 액션에 할애하고 있다. 처음부터 3D를 염두에 두고 구성된 액션 시퀀스는 창의적이고 기발한 시점도 다수 선보인다. 액션은 기본적으로 전성기 서극 감독이 보여줬던 전통 무협을 연상시키되 각종 기문병기의 활용을 통한 3D 효과를 적절히 안배하여 상대적으로 열악한 기술력의 한계를 극복해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호금전의 <용문객잔>과 같은 시적인 편집이 주는 리듬감과 액션의 아름다운 동선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이다. 3D는 확실히 동작의 공간감과 입체감을 구현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지나치게 예리한 보도를 얻은 탓인지 반대로 액션의 호흡을 단순하게 만들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빠르고, 화려하고, 손에 땀을 쥐는 무협액션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무협’이라는 세계관이 잘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스타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가 작품에 안정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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