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과 재능만이 성공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수많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줬던 이 교훈은, 힙합 스타를 꿈꾸는 <청춘 그루브>의 그룹 램페이지스에도 예외가 아니다. 뛰어난 수완으로 유명 음반제작사와 만남을 주선한 건 리더 창대(봉태규)였지만, 정작 제작사의 눈에 든 건 수려한 외모의 민수(이영훈)였다. 민수만이 제작사와 계약을 맺으며 창대는 그룹도 잃고 언더그라운드에서의 힘든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민수가 창대를 찾아온다. 그는 창대를 도와주겠다는 전제로 전 애인이었던 아라(곽지민)가 가지고 있는 섹스동영상을 함께 찾아달라고 말한다.
래퍼를 주인공으로 한 힙합 음악영화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청춘 그루브>는 음악계 주변을 맴돌며 위태롭게 흔들리는 청춘의 초상을 포착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멤버의 배신, 성공에 대한 갈망, 섹스동영상에 대한 협박 등 영화가 다루는 소재는 자극적이나 이러한 원인을 제공한 인물들의 동기는 무척 사소하고 어수룩하다. 과거에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 때문에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창대, 민수, 아라는 미워할 수도, 마냥 동정할 수도 없는 20대의 맨 얼굴을 보여준다. 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담아내기 위한 <청춘 그루브>의 선택은 플래시백이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교차하며 영화는 램페이지스의 멤버들이 갈라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점진적으로, 단서처럼 제공한다. 하지만 플래시백의 잦은 사용이 사건의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설명하려 한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이야기를 열어두어 보는 이에게 숨돌릴 여지를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찌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소시민적인 남자를 소화하는 데 독보적인 실력을 발휘해왔던 봉태규와의 재회가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