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각자의 '정의' <저스티스>
2012-03-14
글 : 이주현

‘굶주린 토끼가 뛴다.’ 영화는 비밀조직의 암호를 발설한 한 남자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이어 평범한 영어교사 윌(니콜라스 케이지)의 이야기로 건너뛴다. 어느 날 윌의 아내가 괴한에게 폭행, 강간당한다. 괴로움에 휩싸인 윌에게 사이먼(가이 피어스)이라는 남자가 접근해 강간범을 대신 처리해주겠다고 제안한다. 나중에 간단한 부탁만 들어주면 된다고. 난데없는 거래에 당황하지만 윌은 아내의 대리복수를 자처하는 사이먼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6개윌 뒤 윌은 사이먼에게 어느 성범죄자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건네받는다. 사고사처럼 위장할 테니 난간에서 밀어뜨리라는 것. 졸지에 살인 청부를 받은 윌은 자신이 점점 이상한 일에 휘말려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사이먼과 그가 속한 비밀조직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저스티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정의’를 바란다. 사이먼 역시 자신은 ‘정의를 사랑하는 평범한 시민일 뿐’이라고 말한다. 다만 사이먼에게 법은 멀고 사적 복수는 가까이 있다. <저스티스>에서 흥미로운 점은 악당을 콕 집어 세워두지 않는다는 데 있다. 윌이 싸워야 할 대상은 표면적으로는 사이먼이지만 사실 그는 부패한 사회 전체와 싸우고 있다.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비밀조직에 뉴올리언스의 거의 모든 시민은 한발씩 들여놓고 있다. 결국 모두가 공범이라는 사실을 발설하는 순간 영화는 섬뜩해진다. 그러나 윌과 사이먼의 대결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윌과 부패한 사회와의 대립은 날카롭게 묘사되지 않는다. 고속도로 추격전은 스릴있지만 쇼핑몰에서의 마지막 총격전은 너무도 싱겁게 끝나버린다. 통쾌한 복수극이 되려 한 게 아니었다면 좀더 진지하게 주제를 밀어붙였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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