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웃음과 여유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언터처블: 1%의 우정>
2012-03-21
글 : 송경원

2011 프랑스 박스오피스 10주 연속 1위, 누적 관객 1800만 돌파로 역대 흥행순위 3위, 유럽 각국의 박스오피스 1위 석권, 도쿄국제영화제 작품상, 뤼미에르영화제 남우주연상에 이어 ‘프랑스의 아카데미’인 세자르영화제 남우주연상까지 차지한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이 거둔 성적을 살펴보자면 전대미문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다. 그러나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하더라도 이 영화의 진면목을 전하기엔 모자란 감이 있다. 화려한 간판이 주는 권위보단 눈과 마음으로 직접 확인해야 하는 흔치 않은 감동. 전혀 다른 두 남자 사이에 싹튼 특별한 우정은 탁 트인 수평선처럼 가슴 시원한 상쾌함을 전한다. 상위 1%의 부자지만 전신마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필립(프랑수아 클루제). 24시간 자신을 도와줄 도우미가 필요한 그의 앞에 어느 날 이민자에 무일푼인 백수 드리스(오마 사이)가 나타난다. 장애인인 자신에게 거침없이 농담을 날리는 그에게 흥미를 느낀 필립은 2주간 자신의 손발이 되어줄 것을 제안하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내기해보자는 필립의 도발에 넘어간 드리스는 엉겁결에 일을 시작한다. 접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두 남자의 동거는 엉뚱하지만 유쾌하고 즐겁다. 두 사람은 그렇게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이야기만으로도 미리 감동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만 할 것 같다. 상위 1%의 부자와 하위 1% 빈민가 청년의 우정, 이를 통한 마음의 치유는 그림으로 그린 것마냥 너무도 ‘인간적’이라 어딘지 뻔하다. 심지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니 더이상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면 그 담백함에 놀라고 재치에 박수를 치게 된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은 여느 휴먼드라마의 패턴과는 거리가 멀다. 기승전결의 폭은 완만하고 굵직한 사건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이야기의 틈새를 채워가는 것은 소소한 일상의 반복이다. 그 흔한 신파나 눈물 한 자락 없이 흘러가는 지루할 것만 같은 이야기.

그러나 놀랍게도 이 영화는 한치의 늘어짐도 없이 관객의 눈과 귀를 화면에 잡아둔다. 비결은 농담이다. 두 남자의 재치 넘치는 농담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끈적거리는 웃음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사람을 향하는 농담에는 차이를 허물고 세상을 1도쯤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쓸데없이 엄숙하고 지나치게 진지한 현실이 주는 피곤함. 유리벽으로 격리된 계층간 소통의 부재는 비단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은 소통과 상생, 이해의 정신이 결핍되어가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웃음과 여유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연민도, 의심도, 동정도, 동경도 아닌, 사람을 그저 사람으로 바라보는 이들만이 주고받을 수 있는 기분 좋은 농담. 드리스의 시원시원한 웃음소리와 그에 화답하는 필립의 쑥스러운 미소는 관객마저 행복하게 만든다. 화면을 풍성하게 채우며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은 보너스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