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가 돌아왔다>는 범죄사기극의 전형에 충실하다. 사기를 친 사람이 있고, 사기를 당한 사람이 있으며 또 그걸 쫓는 집단이 얽혀든다. 그런데 이 사기의 품목이 기상천외하다. 바로 영안실에 안치돼 있는 시체가 대상이다. 시체를 훔쳐서 달아나는 사람과 그 시체를 찾아야 하는 사람, 그리고 졸지에 뒤바뀐 시체가 여기 개입한다. 도대체 시체가 무슨 돈이 되냐고?
시체를 사이에 둔 기묘한 쫓고 쫓기기가 시작된 배경은 이렇다. 연구원들이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을 가로챈 회사 경영자 김택수 회장. 자신의 몸에 첨단과학기술이 담긴 칩을 숨긴 회장은 미국으로 출국을 감행한다. 연구에 모든 걸 걸었던 한진수와 현철(이범수) 일행은 졸지에 해고자가 되자 분을 못 이긴 채 회장의 출국을 방해하려 한다. 그러던 중 한진수는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연이어 김택수 회장은 같이 음모를 꾸민 스티브 정(정만식)의 계략으로 사망한다. 한진수의 사고로 뭉치게 된 그의 딸 동화(김옥빈)와 현철은 회장의 시체를 훔쳐 몸값을 요구하려 한다. 완벽하리라 믿었던 애초 계획과 달리 시체 협상은 쉽지 않다. 훔친 시체는 뜻하지 않게 사채업자를 피하려고 시체 행세를 한 진오(류승범)였고, 진오의 등장으로 상황은 뒤죽박죽된다.
시체를 탈환하려는 현철 일행, 현철 일행을 쫓는 스티브 정, 스티브 정을 쫓는 국정원 요원, 그리고 진오를 쫓는 사채업자, 사채업자를 닦달해 현철 일행을 찾으려는 스티브 정, 도망간 진오를 찾으려는 현철 일행, 그리고 또다시 현철 일행과 충돌하며 스티브 정을 찾으려는 국정원 요원. 시체를 사이에 둔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해프 닝은 <시체가 돌아왔다>를 움직이는 주요 동력이다. 얼핏 복잡해 보이지만, 무얼 찾고자 하는지에 대한 각자의 목적이 뚜렷해서 길을 잃을 염려가 크지 않다. 각각의 인물들을 설정해놓으니 플롯은 그저 그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간다. 신예 우선호 감독은 인물들이 정주행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하는 꽤 비범한 재주를 선보인다. 이번이 장편 데뷔작인 그는 <정말 큰 내 마이크>(2005)로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아왔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기승전결 혹은 반전의 묘미를 꾀하지 않는 대신 각 상황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소소한 재미들을 빼곡히 포진해 승부수를 띄운다. 절대 움직여선 안될 시체는 예상을 깨고 살아 움직이는 ‘시체’가 되어 포복절도할 웃음을 선사하고, 뜻하지 않게 시체로 분한 ‘사람’은 슬랩스틱 코미디의 묘미를 선사한다. 진지한 대사는 그걸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상대방과의 조합으로 코믹함으로 전환된다. 국정원 요원이 자신을 국정원 요원이라고 말하면 꼬이고 꼬인 상황에 처한 상대방은 그 진실을 받아들일 의도가 없는 식이다. 각 캐릭터의 꼼수 역시 다양하고 변화무쌍해 실행과 실패 사이에서 유발되는 재미도 크다. 전체적인 짜임새가 다소 헐거운데 반해, 빠른 속도의 음악, 편집 리듬과 어우러진 요소들이 주는 감흥은 적지 않다. 특히 똘끼 충만한 진오의 등장 이후부터가 극이 리듬을 타는 지점이다. 수위 조절을 조금만 잘못해도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진오 캐릭터라면 류승범은 특유의 코믹한 연기로 그 위험부담을 완벽히 장악한다.
맘껏 웃게 만드는 이 영화의 기본장치는 지금 한국사회의 단면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곱씹어볼 만하다. 산업정보를 유출하려는 기업의 행태, 집단해고로 고통받는 노동자, 서울 변두리 재개발의 실태, 대출을 빌미로 장기 적출까지 일삼는 사채업자들의 행각 같은 문제들은 캐릭터들의 기상천외한 행동을 유발하는 진짜 이유다. 그러니 <시체가 돌아왔다>에서 사기를 치려는 캐릭터는 결국 악당이 아니라 늘 당하고 소외받는 계급이다. 현실에서라면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했을 인물들의 반란이라는 점에서 이 해프닝은 통쾌하고도 한편으론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