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런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네
2012-04-11
글 : 손주연 (런던 통신원)
예산 삭감에도 불구하고 성황리에 막 내린 레즈비언&게이필름페스티벌
개막작 <클라우드버스트>.

영국에서도 가장 오래된 성적 소수자를 주제로 한 레즈비언&게이필름페스티벌이 지난 4월1일 <노스 시 텍사스>(North Sea Texas)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레즈비언&게이필름페스티벌은 1986년 처음 시작된 이래 26년 동안 한해도 빠지지 않고 런던에서 치러진 문화행사다. 행사 초기에는 주로 영국에서 제작된 실험적인 단편예술영화와 다큐멘터리, 저예산 장편영화를 선보였으나, 해를 거듭해 성장해오면서 영국과 근처 유럽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성적 소수자를 주제로 해 만든 수준 높은 작품들을 엄선해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영국영화협회(BFI)의 줄어든 예산으로 인해 영화제가 2주에서 10일로 줄어든 반면, 영화제에 대한 런던 시민들의 호응은 높아져 영화제 티켓의 대부분이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개막작과 폐막작의 경우, 영화 시작 30분 전 오픈하는 소수의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수많은 관객이 몰려 잠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톰 피츠제럴드의 코미디 드라마 <클라우드버스트>는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캐나다로 향하는 스텔라(올림피아 튜카키스)와 도티(브렌다 프리커)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로드무비다. 톰 피츠제럴드 감독은 <클라우드버스트>를 통해 자신의 작품 3편을 레즈비언&게이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올리는 특별한 기회를 얻기도 했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바보 데퓌르네의 <노스 시 텍사스>는 10대들의 열정적인 첫사랑이자 짝사랑이기도 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밖에도 앤드루 하이 감독이 만든 아름다운 게이영화 <위켄드>와 2011년 베를린영화제에서 테디 어워드를 수상한 <엡슨트>, 트랜스젠더가 되려 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이야기 <건 힐 로드> 등이 이번 영화제를 통해 대중과 만났다.

“내년에도 문제없을 것”

프로그래머 에마 스마트 인터뷰

-영화 선정은 어떻게 했나.
=대부분 얼마나 매력있고, 재미있느냐에 따라 선정했다. 이번 영화제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 수백편의 작품을 감상했는데, 그중 나를 이끄는 힘이 있는 작품들을 주로 선정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한다는 것은 이런 자신의 감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좋은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하나.
=글쎄, 꽤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배우가 연기를 얼마나 잘하는지, 플롯이 얼마나 섬세하고 잘 구성되어 있는지, 감독이 얼마나 창조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지 등이 아닐까. 좀 이상하고, 비전문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 사실 나는 좋은 작품이란 극 초반부터 관객을 압도하는 무언가를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영국영화협회에서 지원비를 삭감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올해 영화제를 치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성공적으로 치르지 않았나! 심지어 지난해보다 더 많은 작품을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영국영화협회에서 예산 삭감을 결정했을 때, 우리는 지난 행사들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영화제 기간을 줄이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했다. 금요일에 시작해 다음 일요일에 끝내는 일정으로 기획해 2번의 주말을 행사기간 중 넣었던 것이 이번 행사 성공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사실 이 영화제는 일반 대중뿐 아니라 우리의 성적 소수자 커뮤니티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제가 26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진행될 수 있는 의미이기도 하고.

-내년에도 영화제가 열릴 거라고 생각하나.
=올해의 성공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대중의 관심 속에 티켓이 모두 팔리고,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화제 소식이 전달되면서 사실 꽤 많은 후원자들을 모을 수 있었다. 이들과 함께라면 내년에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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