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가족과의 영원한 이별을 준비하는 엄마 <봄, 눈>
2012-04-25
글 : 주성철

배경은 부산. 집에서 놀고먹는 철없는 남편(이경영)을 대신해 순옥(윤석화)은 빌딩 청소 일을 한다. 큰딸 미선(김하진)은 결혼해서 나가 살고 있고, 엄마밖에 모르는 순둥이 아들 영재(임지규)는 서울에 있으며, 까칠한 막내딸 미현(심이영)은 같은 집에 있지만 별 대화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순옥은 갑작스레 암으로 길어야 6개월 산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그때부터 순옥은 차근차근 가족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먼저, <화산고>와 <크로싱>의 김태균 감독이 아니라 <억수탕>과 <닥터K> 등 곽경택 감독 밑에서 연출부를 지냈던 다른 김태균 감독이다. 실제 10남매 중 막내인 그는 무려 24살이나 차이 나는 큰누나를 암으로 보냈던 실화로부터 영화를 구상했다. 마냥 착하기만 한 아들의 모습에 그가 투영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인지 아들이 엄마가 해주던 닭볶음탕이 먹고 싶다며 혼자 요리하는 모습과 나중에 순옥을 찾아온 친정엄마(김영옥)가 아픈 딸을 위해 닭볶음탕을 해주는 모습의 세대의 순환은 뭉클하게 다가온다. 죽어가는 엄마와 별개로 큰딸의 배에서 자라는 둘째아이의 모습도 그렇다.

그렇게 영화는 거의 병실과 집에서만 이뤄진다. 투병선고 이후의 장면들은 감정의 과잉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오로지 이별의 예행연습에 긴 시간을 할애한다. 혼자 남게 될 남편을 위해 간편한 조작법의 세탁기를 들이고, 요리 못하는 딸을 위해 조미료 등 반찬통을 가지런히 준비하며, 보험 또한 꼼꼼하게 계산기를 두드려 챙긴다. 사연에 공감하는 관객이라면 그 6개월의 시한부가 참으로 짧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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