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포커스] “감독 생활 30년 동안 이런 경우는 처음”
2012-05-01
글 : 김성훈
사진 : 오계옥
<미스터 K> 감독 하차에 대한 심경을 밝힌 이명세 감독

-4월21일 토요일 JK필름에 하차 의사를 표명했다고.
=하차한 게 아니라 그들(CJ와 JK필름)이 나를 하차하게 만든 거다.

-촬영이 중단된 상황을 얘기해달라.
=3월13일 타이에서 크랭크인한 뒤 6회차를 촬영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5회차를 진행했다. 총 11회차를 찍었다. 그런데 12회차 촬영하기 전인 4월6일 윤제균 감독이 “촬영을 잠깐 중단해야 한다”며 다음날 오전에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나와 상의 하나 없이 스탭들에게 촬영 중단을 일방적으로 알렸던 것도 그때다. 그럼에도 4월7일 새벽까지 촬영을 한 뒤 중단했다.

-촬영이 중단된 4월6일 변호사를 현장에 부른 이유는 뭔가.
=지인인데, 인하대 강의하러 가던 중 촬영장에 잠깐 들른 거다.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변호사다보니 이번 상황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을 뿐이다.

-‘시나리오대로 찍지 않았다’는 게 이번 사건의 시작인 것 같다.
=촬영은 제작사인 JK필름과 합의되어야 진행할 수 있다. 타이 촬영은 예산문제로 CG 작업을 위한 소스를 촬영하러 간 거였다. 드라마를 찍으러 간 건 아니었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배경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배우가 대사하는 것도 촬영했다. 이 부분 역시 JK필름과 합의가 됐고, 촬영장에는 윤제균 감독과 CJ 관계자도 함께 있었다. (아이패드로 1차 편집본을 보여주며) 이건 보기 좋게 하려고 감정이 튀는 부분은 대사를 뺀 채 편집한 영상이다. 감정이 튄 부분은 나중에 후반작업에서 후시녹음을 할 생각이었고. 무엇보다 드라마가 없다는 비판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 편집본은 겨우 5회차 분량의 영상이다.

-전체 배우들이 모여 리딩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천만에. (설)경구는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고, (문)소리는 사무실을 수차례 찾아와 이번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고)창석이도 마찬가지고. 대니얼 헤니에게는 영국식 억양을 따로 주문하기도 했다. 나름의 방식대로 배우들에게 캐릭터를 설명했고, 현장에서 얘기할 부분은 현장에서 얘기하면 된다. 이건 감독의 권한이다.

-현장에서 비주얼만 신경썼다는 소문도 있다.
=자꾸만 비주얼, 비주얼하는데 그림만 좋은 게 비주얼이 아니다. 내러티브를 함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게 비주얼이지. 그게 영화라는 매체의 특징이자 영화의 비주얼이다.

-감독 교체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 건 언제인가.
=4월6일 촬영이 중단됐을 때 JK필름은 스탭을 한명씩 불러 ‘감독을 교체할 생각이다. 계속 참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물어봤다고 하더라. JK필름과 합의한 현장용 시나리오가 아닌 CJ 투자심사에 통과됐던 3.8점짜리 시나리오대로 찍든지, 이것을 수용하지 않으면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4월17일 윤제균 감독에게 제안을 했다. ‘그럼 액션은 내가 찍고 코미디는 윤 감독이 찍는 건 어떤가.’ 그 제안마저 거절당했다. 왜 영화를 안 찍고 싶겠나. 2년 동안 준비한 작품인데. 윤 감독이 ‘모든 일에 협상을 잘하지만 아내 앞에서만 쩔쩔매는 남자의 이야기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을 때, 그 아이디어에 한국판 007 시리즈로 풀어나가면 재미있겠다고 제안을 해서 지금의 시나리오가 진행된 건데….

-어떤 영화인은 감독의 연출권이 제작사나 투자사에 휘둘리고 있는 영화산업의 분위기로 해석하기도 한다.
=감독 생활 30년 동안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물론 <미스터 K>가 100억원이라는 거대 자본이 투입된 사실도, 제작 진행과 관련한 어떤 문제도 제작사와 함께 협의해야 하는 사실도 잘 안다. 그러나 일정 회차마다 편집본을 확인받아야 하는 상황은 감독의 창의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감독을 고용하는 건 그 사람이 가진 창의성을 활용하겠다는 건데…. 이 문제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앞으로 한국영화산업과 어린 후배 감독들에게 중요한 문제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다시 <미스터 K>의 메가폰을 잡아 촬영이 재개됐으면 좋겠지만 그게 안될 경우 남아 있는 스탭 고용은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사실 이걸 논의하겠다고 한 부분을 JK필름이 ‘자진 하차’, ‘감독 교체’의 뜻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아직 협의할 부분이 많은 만큼 일단 기다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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