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뉴욕] 사람 때릴 때는 음악 필요 없다
2012-05-02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헤이와이어>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주연배우 지나 카라노
<헤이와이어> 촬영장의 지나 카라노(왼쪽)와 스티븐 소더버그(오른쪽).

올해 초 미국에서 개봉한 액션영화 <헤이와이어>는 스티븐 소더버그가 연출하고 이종격투기(MMA) 선수인 지나 카라노가 주연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개봉 시 흥행성적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DVD 출시 이후 시네필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헤이와이어>가 링컨센터 필름 소사이어티의 <필름 코멘트> 셀렉트의 일환으로 특별 상영됐다. 이 시사회에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주연 지나 카라노가 참석해 관객과 40여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액션영화들과 다른 스타일의 액션을 보여준 <헤이와이어>의 제작과정에 대한 이야기부터 촬영 기법까지, 그날 오간 다양한 질문과 답변을 정리했다. 아직 <헤이와이어>는 한국에서 개봉하거나 DVD 출시되지 않았다.

-지나 카라노를 어떻게 처음 알게 됐나.
=스티븐 소더버그_호텔에서 TV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지나가 시합하는 모습을 봤다. 콘로(cornrows) 스타일의 머리를 하고 워리어 같은 느낌을 주면서 걸어나오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날 케이지 속 경기에서 상대편 선수를 완전히 ‘파괴’시켜버렸는데, 생전 그런 광경은 처음 본 것 같았다.

-어떻게 캐스팅까지 연결됐나.
=스티븐 소더버그_2009년 6월경인가? <머니볼> 연출가 자리에서 해고당했고, 지나는 선수인 크리스찬(‘사이보그’) 산토스와의 경기에서 패배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난 1960년대식의 스파이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고, <007 위기일발>과 마이클 케인이 해리 팔머로 등장한 <베를린 스파이>를 좋아하는데, 두 아이디어를 합치면 어떨까? 지나라면 본드도 되고 팔머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티븐 소더버그의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
=지나 카라노_그가 누구인지 당시엔 몰랐다. (관객 폭소) 경기에서의 패배로 무감각한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곳에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의 사용이 특이하던데, 60년대 영화음악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스티븐 소더버그_이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내가 보아온 많은 액션영화에 대한 리액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에서 음악의 사용이 상당히 귀에 거슬렸다. 음악이 무엇인가를 숨기거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게 하는 역할을 하는 듯했다. 그래서 토론 끝에 몇 가지 규칙을 세웠는데, 가장 첫 번째가 액션장면에서는 아무런 음악을 쓰지 않는다는 거다. 맬로리가 뛰어다니는 장면에서는 음악이 나오지만 사람을 때릴 때는 음악이 없다. (관객 웃음)

-격투장면을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나.
=스티븐 소더버그_촬영과 편집보다는 장소와 환경에 중점을 두었다. 이완 맥그리거와 지나의 마지막 격투는 일몰 직전을 배경으로 했다. 영화를 찍어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이 시간은 하루 중 45분 정도다. 그런데 이 촬영을 이틀 동안 잘 조절해서 찍었다. 빨리 찍기도 했지만 두 배우가 워낙 리허설을 많이 해서 배우가 준비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스턴트 파이팅과 리얼 파이팅에 큰 차이가 있었나.
=지나 카라노_스턴트 파이팅이 참 신선했다. 몇번 더 기회가 있어서 완벽하게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스턴트 장면은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부분부분 내 아이디어가 들어가기도 했다. 배우들도 스턴트 더블 없이 모든 액션장면을 하고 싶어 했다. 한번은 이완이 실수로 내 머리를 주먹으로 쳤는데, 내가 갑자기 일어나서 “손 괜찮냐”고 물어봤다. 생각지 않게 머리를 치면 주먹이 무척 아프다. 나야 늘 머리를 많이 맞지만 말이다. (웃음)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하고 싶나.
=지나 카라노_확실히 정하지는 않았다. 물론 이런 경험을 다시 할 수 있다면 수백번이라도 다시 하겠지. 가보지 못한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은 현재를 즐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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