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숀 펜의 또다른 모습 <아버지를 위한 노래>
2012-05-03
글 : 주성철

숀 펜이 또 한번 놀라운 변신을 했다. 잔뜩 부풀린 펑키한 헤어 스타일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는 세계적 록스타 셰이엔(숀 펜)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프랜시스 맥도먼드)와 함께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더블린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30년 동안 왕래를 끊었던 아버지의 임종 소식으로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간 그는, 아버지가 유대인 수용소에서 모욕감을 줬던 나치 전범을 평생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그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미국으로 먼 여행을 떠난다.

마치 오지 오스본과 에드워드 가위손의 결합처럼 느껴지는 셰이엔은 잊혀진 존재다. 하지만 평생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여기며 살아왔던 그가 아버지를 위해 세상으로 나갈 결심을 한다. 연약한 아이처럼 위태로운 삶을 살던 그가 어른이 될 결심을 한 것이다. 그것은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1984)처럼 낯설고 황량한 미국 뉴멕시코 땅에서 이뤄지는 성장의 로드무비다. <파리, 텍사스>는 물론 데이비드 린치의 로드무비 <스트레이트 스토리>(1999)에도 등장했던 해리 딘 스탠튼이 모습을 비추는 것은 어딘가 영적인 노스탤지어를 풍긴다.

셰이엔은 주유소에서 한 나이 든 인디언 할아버지를 만나고 그를 태워준다. 그 인디언은 황량한 사막 어딘가에서 내리더니 말없이 떠나간다. 아무런 대사도, 맥락도 없지만 그 여운은 길다. 여행도 인생도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굳이 ‘왜?’라는 단서를 달 필요가 없다. 그가 여행 도중 만나는 레스토랑 점원, 문신 예술가 등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 <일 디보>(2008)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던 파올로 소렌티노의 묘한 유머와 초현실적인 이미지들, 거기에 토킹 헤드(리드 보컬 데이비드 번이 음악도 맡고 특별출연도 했다)의 음악까지 더해 사려 깊은 인생찬가를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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