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친구와 연인 사이<저스트 프렌즈>
2012-05-03
글 : 윤혜지

백수 재욱(이영훈)은 애인에게서 이별통보를 듣고 긴 방황의 시간을 겪는다. 재욱은 우연히 공연을 보러 갔다가 가수 은지(오연서)에게 반하고 은지와 친구로 지내게 된다. 재욱은 사랑하는 여자의 얼굴로 스케치북을 가득 채워 선물할 줄 아는 낭만적인 남자다. 은지는 돈에 연연하지 않고 순전히 음악이 좋아서 밴드를 하는 의리있는 여자다. 재욱과 은지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지만 각자가 처한 상황 때문에 마음을 고백하기는 쉽지 않다.

재욱과 은지가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통과의례처럼) 가끔 난관에 부딪히는데 그 장애물들은 곧 흐지부지 사라져버려 둘의 연애를 다소 찜찜하게 만든다. 인물과 그들의 사연이 꼼꼼하게 밀착되지 않아 그럴듯할 수 있던 로맨스가 그저 그런 섬싱에 그쳐버린 점은 다소 아쉽다. 슬슬 설레기 시작할 무렵 훅 맥이 빠져버리는 탓인지 주인공인 재욱과 은지 커플은 현실로 흡수되지 못한 채 어정쩡한 포지션으로 스크린 안에 머무르고 만다. <저스트 프렌즈>에는 재욱과 은지 외에도 친구와 연인 사이를 오가는 많은 남녀가 등장하는데, 중심 커플이 힘을 잃은 탓에 서울 어딘가에 정말 살고 있을 것 같은 주변 커플들이 오히려 더 흥미롭다. 재욱과 은지의 이야기가 둥둥 떠다니는 동안 주변 커플들이 겪는 다툼과 화해의 과정들은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제시된다. 영화엔 비정규직, 청년 실업, 물질 만능주의 풍조 등에 대한 은근한 비판도 유머러스하게 섞여 있지만 전달하려는 뉘앙스가 거칠고 직접적인 대사로 인해 간혹 은근함을 놓치고 영화에서 삐죽 튀어나오곤 한다. 오연서는 연애담의 여주인공보다 파워풀한 인디밴드의 보컬로서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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