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마음을 흔드는 우리의 소리 <두레소리>
2012-05-09
글 : 이영진

슬기(김슬기)와 아름(조아름)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 다닌다. 슬기는 판소리를, 아름은 경기민요를 전공하고 있다. 예고에 다닌다고 해서 다를 건 없다. 슬기와 아름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역시 대학입시다. 인간문화재 할머니를 둔 슬기는 주변의 기대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부모를 잃은 뒤 이모와 함께 사는 아름은 어떻게든 학비가 싼 국립대학에 진학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한편, 합창대회에 참여하라는 교육청의 지시가 떨어지자 학교에선 강제로 합창단을 만든다. 출석일수가 모자라 방학에도 학교에 나와야 하는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합창단의 일원이 되고, 그중에는 슬기와 아름도 끼어 있다.

‘두레소리’는 실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합창반 이름이다. 2009년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쭉 활동하고 있는 두레소리와 달리 영화 속의 ‘두레소리’는 교사들과 아이들의 반목 속에서 몇번이나 해체될 위기를 맞는다. 함 선생(함현상)은 서양 악보도 읽지 못하는 학생들을 간신히 추슬러 합창단을 이끌고 가지만 입시 앞두고 무슨 딴짓이냐는 학부모들의 성화로 학교에서 쫓겨나기까지 한다. <두레소리>는 갖가지 사연을 품고 있는 여죄수들이 합창단을 결성하는 <하모니>(2009) 같은 소동극은 아니다. 경쟁만을 강요하는 교육 현실을 주된 갈등의 줄기로 끌어왔다는 점에서 외려 <죽은 시인의 사회>(1990)나 <닫힌 교문을 열며>(1991)와 같은 영화들이 더 쉽게 연상된다.

미리 말하지만, <두레소리>는 흠이 많은 영화다. 인물을 다루고, 장면을 만들고, 사건을 이어붙이는 방식은 서툴고 단조롭다. 거칠고 불균질하다. 최소한의 조명 없이 촬영한 장면도 적지 않다. 비전문 배우들(특히 교사들)의 대사도 어색하다. 줌과 핸드헬드를 자주 쓴다고 해서 영화적 리듬이 저절로 생겨나진 않는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극화(劇化)의 결점들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흔들리는 장면들 또한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학생들의 속엣말을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채집한 장면들이다. 공연을 앞두고 슬기와 아름이 다투는 장면도 그중 하나다.

학생 역을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생활을 온전히 드러내 보이는 건 쉽지 않다.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대화와 몸짓과 표정들은 자신을 노출하는 용기가 아니라 자신을 재연할 줄 아는 능력에서 나온다. 아름이 술에 취한 이모 앞에서 민요 한 가락을 뽑아올리는 장면을 보자. 그들이 캐릭터를 연기한다기보다 그들이 곧 캐릭터다. 실화를 모티브로 다룬 작품들이 흔히 그렇듯이, <두레소리> 역시 실제 창단 공연 영상을 마지막에 삽입했는데, 극중 공연장면이 그보다 더 진짜 같다. <이사가는 날> <꿈꾸는 아리랑> 등 삽입곡들이 더 아름답게 들리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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