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김도훈의 가상인터뷰] 젊은 것들을 다 잡아 가둬라~
2012-05-16
글 : 김도훈
<백설공주>의 왕비

-왕비님. 오늘은 거울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대요?
=분해. 분해. 너무 분해. 아침에 거울을 열어서 물어봤는데 아직도 끝없이 다른 년들의 얼굴이 다운로드되고 있어.

-다운로드라뇨?
=어머, 이 사람아. 이 거울이 무슨 마법의 거울인 줄 알았어? 이거 사실 컴퓨터야. 구글을 열어 “누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가요?”라고 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년들의 얼굴을 검색할 수 있다능.

-아, 그렇군요. SF 문학의 거장인 아서 클라크는 “모든 기술이 극도로 발전되면 마술과 구별하기 어렵다”고 말한 적도 있지요.
=그거 명언이로군.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 대체 저 거대한 쇳덩어리가 어떻게 하늘을 날고 있나…. 공기역학이 어쩌고 저쩌고 설명해줘도 도무지 가슴으로는 이해가 안되잖아? 그런 거지 뭐.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꼭 장거리 비행을 하는 도중에 그런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러다보면 내 발이 수천 피트 상공에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무서워지면서 승무원에게 위스키나 와인을 갖다달라고 부탁하게 돼요. 얼른 마시고 잠이나 자버리게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대체 어떤 여자들의 얼굴이 다운로드되고 있나요?
=내가 1990년대만 해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를 뽑는 잡지 앙케트에서는 꼭 1위를 차지하곤 했어. 전성기였거든. 훗. 그런데 요즘은 앙케트 참여하는 어린 것들이 내가 누군지도 몰라. 한동안은 졸리? 퀭하게 만날 졸린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무서운 년이 1위에 오르더니, 또 갑자기 인도에서 온 아이쉬마려? 그런 애가 1위에 오르는 거야.

-지금 이름 가지고 유머 치신 거죠?
=뭐 어차피 이 인터뷰는 자기 이름으로 나갈 테니까 구린 유머라고 욕 듣는 것도 내가 아니고 기자님이겠지.

-여하튼요. 요즘은 1위를 못하셔서 슬픈가요?
=풋. 슬프긴 뭐가 슬퍼. 미꾸라지도 한철이야. 지금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로 뽑히는 애들도 몇년 뒤면 리스트의 마지막 장에서나 겨우 발견될 거라고. 젊을 때야 화장 하나도 안 한 채 하얀 티셔츠 쪼가리 한장만 걸치고 있어도 예쁜 법이야.

-하긴 그래요. 요즘은 버스 타고 중고등학교 앞을 지나가면 운동장에 가득 모여서 달리는 애들이 하나같이 다 예뻐 보이더라고요. 싱싱하고 에너지가 넘친달까. 역시 젊은 게 장땡이랄까.
=그것들 젊음은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고 우리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야. 그러니 내 앞으로 젊은 것들은 다 성곽 지하에 15년간 가둬놓고 군만두만 멕일까봐. 후식은 독이 든 사과.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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