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E.T.>의 워킹타이틀은 <어 보이스 라이프>였고, 조지 루카스의 <청춘낙서>는 정해진 예산 77만7777.77달러에 딱 맞춰 기한 내에 만들어졌다. 할리우드영화 사상 처음으로 변기에서 물이 내려가는 장면을 보여준 작품은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다. <싸이코>의 유명한 샤워장면에서 칼날이 살을 파고들 때의 효과음은 멜론을 칼로 찔러 녹음했다. 미국영화협회(MPAA)는 실제로 ‘Focker’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미트 페어런츠2>(Meet the Fockers)에서 ‘Focker’(로버트 드 니로)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케빈 코스트너가 출연한 <꿈의 구장>에서 펜웨이 파크 장면에 출연한 수천명의 엑스트라 중에는 벤 애플렉과 맷 데이먼이 있었다. 영화퀴즈를 위한 사소한 정보에 불과해 보이지만 여기 언급된 영화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제작사가 유니버설스튜디오라는 점이다. 2012년 4월30일, 유니버설스튜디오는 ‘100년 된 유니버설스튜디오에 대한 100가지 재미있는 사실’(Universal Pictures 100 Years, 100 Fun Facts)을 발표했다. 스튜디오의 10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다.
1912년 4월30일 ‘유니버설필름 매뉴팩처링 컴퍼니’라는 이름으로 뉴욕에서 설립된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전세계 두 번째이자 미국에서는 가장 오래된 영화 스튜디오다. 2012년에 역시 100주년을 맞이하는 파라마운트픽처스보다 8일 먼저 설립되어, 할리우드에서는 가장 먼저 100주년을 맞이하는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스튜디오의 시작은 뉴욕이었지만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조성된 당시의 영화 제작 붐을 따라 캘리포니아로 회사를 이전했고, 그때 지금의 ‘스튜디오 시티’(할리우드 외곽에 스튜디오들이 군집한 도시의 이름)로 자라날 씨앗을 뿌렸다. 처음 스튜디오를 세웠던 곳은 양계장이 있던 자리였지만 100년이 흐르는 동안 촬영 스튜디오, 사운드 스테이지, 필름 아카이브, 테마파크까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면모를 한자리에 갖춘 복합단지로 성장했다.
2012년 한해에 걸쳐 계속될 유니버설스튜디오의 100주년 기념행사는 영화 제작과 개봉에 그치지 않는 스튜디오의 산업 장악력을 보여주듯 다양한 산업적 기회를 활용하여 기획되었다. 지난 3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페스티벌에서는 <Restoring History: 100 Years of Universal Films>라는 제목으로 필름 아카이브 전문가들을 패널로 세운 세미나를 개최했고, 지난 4월9일 트라이베카필름페스티벌에서는 로버트 드 니로(<미트 페어런츠> <케이프 피어> <디어 헌터> <카지노>)와 주드 애파토우 감독(<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사고친 후에> <퍼니 피플>)을 초청해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경험한 영화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했다. 전용 셔틀을 타고 스튜디오를 관광하는 스튜디오 투어와 테마파크도 100주년에 맞추어 새 단장을 했고, 2013년부터 사용할 스튜디오의 새로운 로고도 제작했다. 하지만 유니버설이 발표한 기념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유니버설에서 만든 영화 13편의 복원 계획이다. 100주년을 맞이해 복원되는 영화는 고전영화와 현대영화를 포함해서 모두 13편으로, <서부전선 이상없다><새> <드라큘라> <드라큘라 스패니쉬> <벅 프라이빗>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죠스> <쉰들러 리스트> <아웃 오브 아프리카> <필로우 토크> <스팅> <앵무새 죽이기>가 그 주인공들이다. 특히 스튜디오의 100주년과 영화의 50주년이 일치하는 우연이 더해진 <앵무새 죽이기>는, 지난 4월5일 백악관에서 디지털 복원판이 상영되었고, 그로부터 이틀 뒤인 4월7일에는 NBC유니버설 산하의 케이블 네트워크 <USA>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영화 소개와 함께 전국적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영화 13편의 복원이 마무리되는 대로 블루레이 DVD,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DVD 박스세트 등 소장용 DVD 컬렉션을 출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