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장애인과 일반인 사이의 중화의 시간 <안녕, 하세요!>
2012-05-23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56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인천 혜광학교는 시각장애 학생들을 교육하는 특수학교이다. <안녕, 하세요!>는 학생부터 선생님, 학부모까지 인천 혜광학교라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혜광학교의 이상봉 선생은 아이들의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 사진 찍는 법을 가르치고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 <잠상(潛像): 나, 드러내기>를 연다. 영화 <안녕, 하세요!>는 이 사진전이 계기가 되었으며 영화의 큰 틀 또한 나, 드러내기란 사진작업을 영화화하는 형식을 따른다. 초등부부터 고등부까지 각각의 학생들이 소개되고 카메라는 그들의 일상과 그들의 생각, 고민들을 담아낸다.

영화 초반 이상봉 선생은 “너희들끼리만 모이지 말고 사회에 너희들의 모습을 보여주자. 흉측한 얼굴을 보여줬을 때 처음엔 흉측해하지만 더 지나면 똑같은 사람으로서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 그래서 부제가 나, 드러내기다”라고 말하며 장애인과 일반인 사이의 중화의 시간을 얘기한다. 임태형 감독은 또한 이렇게 말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작가(이상봉 선생)가 원하던 그들의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래서 그들과 우리를 나누던 경계선이 사라지는 순간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이 작품은 그들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여정이 될 것이다.” 1시간30여분의 상영시간 동안 영화는 그러한 중화의 시간을 십분 만들어낸다. 주사 맞기 싫어하며 떼쓰고 울고 친구들과 뛰어놀고 얘기하기 좋아하며 함박웃음 짓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은 천진난만하고 한없이 예쁘다. 또한 수염이 송송 자란 얼굴로 여학생을 좋아하는 감정을 얘기하는 남학생이나 사회 진출을 앞둔 졸업반 학생의 고민은 나의 고민이고 우리의 고민이다. 그들이 아니라 우리다. 이제 우리가 서로에게 우리를 드러낼 때이다. 안녕하세요?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