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영상은 끝까지 봐야 한다.” ‘미확인 동영상’이 재생되면 뜨는 문구다. 그런데 정작 무서운 건 동영상의 내용이 아니다. 동영상을 끝까지 보라는 말에는 곧 동영상이 끝나는 순간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는 암시가 담겨 있다. 세희(박보영)는 동생 정미(강별)와 단둘이 산다. 부모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는 세희는 고3 수험생 정미가 공부는 하지 않고 인터넷에 동영상 올리는 일에만 열중하는 게 영 마뜩지 않다. 한편 세희의 남자친구 준혁(주원)은 사이버수사대에서 일한다. 사소한 문제로 세희와 사이가 멀어진 준혁은 세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동생 정미를 만난다. 정미는 언니와의 관계 회복에 협조하는 대신 일종의 ‘거래’를 제안하고, 준혁은 폐쇄된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다운받아 정미에게 넘긴다. 준혁이 건넨 동영상에는 한 소녀가 인형을 통해 저주를 거는 강령술 장면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영상은 재생될 때마다 새로운 영상으로 변한다. 정미는 동영상을 열어본 뒤 죽음에 대한 공포로 점점 미쳐가고, 세희와 준혁은 동영상의 저주를 풀려 한다.
누구나 손쉽게 동영상을 찍을 수 있고 올릴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다. <미확인 동영상: 절대클릭금지>(이하 <미확인 동영상>)는 카메라 혹은 모니터 뒤에 숨어 마녀 사냥을 일삼는 사람들을 향해 무섭게 경고한다. 별 생각 없이 인터넷상에서 악플을 달던 정미는 속옷 바람으로 춤추는 자신의 모습이 인터넷에 유포된 뒤 순식간에 신상이 털린다. 급기야 ‘영계 밸리 댄서녀’에서 ‘지하철 막장녀’가 되어 악플에 시달린다. 강령술을 부리는 소녀 역시 인터넷 마녀 사냥의 피해자 가족이다. 영화는 자극적인 볼거리에 몰려드는 사람들, 관음증에 걸린 사람들을 비꼬기 위해 휴대폰 카메라를 총처럼 들고 선 이들을 자주 비춘다.
<미확인 동영상>은 성실하긴 하나 참신하진 않은 공포영화다. 영화의 곳곳엔 관객을 놀라게 하려는 장치들이 수두룩하게 심어져 있다. 때론 그것이 과잉이다 싶은데, 또 순간순간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니 타점은 높다고 할 수 있다. 아쉬운 건 강령술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후반부다. 논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보니 주요 인물의 죽음이 뜬금없게 처리된다. 공포영화에 늘 보이는 소품이 반복 사용된다는 점도 안일하게 느껴진다. 인형과 샹들리에와 긴 생머리의 소녀는 어김없이 죽음을 부르는 도구로 사용되고, 중요한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은 꼭 폐가이거나 지하실이거나 엘리베이터 안이다. 관객에게 예상할 틈을 주는 순간 긴장감은 떨어진다.
<과속스캔들>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만나는 박보영도 반갑지만 동생 정미를 연기한 강별의 존재가 눈에 띈다. 강별은 죽음의 공포에 잠식당해 미쳐가는 소녀의 모습을 시원시원하게 표현해낸다. <령> <므이>를 만든 김태경 감독의 세 번째 공포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