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은 넘치나 경험 부족으로 요령이 없고,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니는 신참 요원. 신태라 감독의 전작 <7급 공무원>(2008)의 주인공 재준(강지환) 말이다. <7급 공무원>의 웃음포인트 중 하나는 재준이 국가정보원 요원과 어울리지 않는 실수를 연발할 때였다. <차형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하나는 이번에도 주인공 차철수(강지환) 형사 캐릭터에 기댄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캐릭터와 이야기만 다를 뿐 <7급 공무원>의 이야기 문법을 그대로 따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차형사> 역시 영화의 초반부에는 캐릭터로 웃음을 유발하다가 남녀주인공의 로맨스를 형성한 뒤, 영화의 마지막에 임무를 완수하고 남녀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더러워도 이렇게 더러울 수가 없다. 저런 몸으로 어떻게 범인을 검거할 수 있을까 싶은 D라인 몸매,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은 단발머리, 쓰레기인지 입는 건지 도통 분간이 되지 않는 옷 등 보기 흉한 외양은 “차철수가 지금까지 살아온 패션이자 인생”이다. 깔끔하지 않은 솜씨이긴 하나 범인 검거 하나는 확실하다. 그런 그에게 불가능할 것 같은 임무가 떨어진다. 그것은 모델이 되어 패션쇼에 잠입해 패션계에서 쉬쉬하는 마약 사건을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에 착수한 차형사는 자신이 잠입해야 할 패션쇼의 디자이너가 어릴 적 친구였던 고영재(성유리)임을 알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차형사를 떠안게 된 고영재는 차형사와 함께 2주에 20kg를 빼야 하는 ‘차형사, 모델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경찰의 수사를 눈치챈 패션계의 검은 무리는 차형사와 고영재를 곤경에 빠뜨리려 한다.
차형사의 ‘도전! 슈퍼모델’이랄까. 영화의 전반부는 좀처럼 보기 드문 캐릭터인 차형사를 소개하고, 차형사가 날씬한 슈퍼 모델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할애한다. 시도는 나쁘지 않다. 더럽고, 고집있고, 능청스러운 차형사가 살을 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영화의 매력은 딱 거기까지다. 차형사의 빠진 살만큼이나 영화의 후반부는 재미가 줄어든다. 신태라 감독은 영화의 후반부에 액션, 감동, 로맨스를 꾸역꾸역 집어넣는다. 차형사, 고영재와 검은 무리간의 추격전은 그 결말이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듯 수시로 등장하는 조연과 엑스트라의 코미디 연기는 지나치게 우연에 기댄다.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억지스러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몸이 날씬해진다고 해서 성격까지 변하는 건 아닐 텐데 강지환은 살이 빠지기 전의 차형사와 살이 빠진 뒤의 차형사를 일관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 그 점에서 <차형사>는 독특한 캐릭터와 재미있는 이야기의 설정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코미디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