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채움의 아름다움
2012-06-05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차형사> 홍예영 사운드 디자이너

Filmography

1996 <귀천도> 동시녹음
1998 <쉬리> 음향
2003 <태극기 휘날리며> 음향
2004 <얼굴 없는 미녀> <빈집> 음향
2005 <사과> 음향
2006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짝패> <경의선> 음향
2007 <밀양> <천년학> 음향
2009 <7급 공무원> <계몽영화> 음향, <초대> 믹싱
2010 <만추> <혜화,동> 음향
2011 <푸른소금> 사운드
2012 <차형사> 사운드

소리만 들어도 ‘차형사’가 어떤 인간인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차형사의 육중한 걸음 소리를 들으면 그가 뚱뚱한 인간인 게 분명함을 알 수 있고, 머리를 긁적일 때 들리는 파리 날리는 소리에서는 그가 청결함과 거리가 먼 인간인 게 확실히 느껴진다. 좋은 아이디어가 생겼다고 머리 위에서 ‘딩동!’ 하고 들리는 종소리는 또 어떤가. 그건 분명 그가 코믹하거나 무식한 인간이라는 소리다. 과장된 차형사의 캐릭터만큼이나 <차형사>의 사운드는 앙드레 바쟁이 강조한 영화의 리얼리티쯤은 가볍게 무시한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게 훨씬 어려운 법이라고들 하지만, 스튜디오 SH의 홍예영(37) 사운드 디자이너는 채우는 것의 어려움을 <차형사>를 통해 알게 됐다. 신태라 감독이 그에게 주문한 전체 사운드 컨셉은 “유치해도 좋으니 과감하게! 임팩트있게!”였다. “신태라 감독의 전작 <7급 공무원>(2009)부터 함께했다. <7급 공무원>도 코미디영화였지만 <차형사>는 그것보다 더 업그레이드되어야 했다. 사운드도 마찬가지고. 차형사가 뚱뚱한 상태로 등장하는 영화의 초반부는 사운드가 둔탁하고, 행동마다 과장된 포인트를 줘야 했다.” 홍예영 사운드 디자이너는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긴 했지만 대체 그 과장된 사운드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감을 잡기가 난감했다. “이 정도가 적당하다 싶으면 감독님이 그것보다 한톤 더 과장되게 주문했다. 그래도 감독님이 명쾌하게 결정을 내려줘서 이것저것 모두 시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장된 사운드는 코미디 장르를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만은 아닌 듯하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날씬해진 차형사처럼 사운드 역시 날렵해진다. 그는 “초반부에 다소 과장된 사운드를 배치한 것도 후반부에 있을 변화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살이 빠진 차형사가 어떻게 변했는지 관객이 실감할 수 있을 테니까”라고 설명한다.

어찌보면 단순한 성격의 사운드이지만 <차형사>의 그것은 또 다른 역할도 한다. TV 버라이어티 쇼프로그램을 통해 흔히 접할 수 있는 방청객의 박수 소리나 시트콤 장르에서 익히 들리는 화면 밖 웃음소리(off screen 혹은 sound out)를 한번 떠올려보자. 화면에서 보이지 않는, 웃음 도구로서의 사운드는 관객의 웃음 포인트를 짚어주고 강조한다. 홍예영 사운드 디자이너가 <차형사>의 사운드를 통해 강조하는 것도 그 지점이다. “시트콤이나 버라이어티쇼를 볼 때 남들이 웃으면 훨씬 재미있게 느껴지잖나. <차형사>의 사운드 역시 그런 역할을 염두에 뒀다.”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사운드를 주로 작업했던 전작(<만추>(2010), <혜화,동>(2010), <밀양>(2007) 등)과 달리 그에게 <차형사>는 “처음으로 과장스럽고 인위적인 사운드가 주가 되는 작업”이었다. 홍예영 사운드 디자이너의 차기작은 중국의 양자경이 출연하고 김진아 감독이 연출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쿡테일>과 중국의 고군서 감독의 <풍화설월>이다. 그리고 <야수>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의 <무명인>(가제)도 함께 준비 중이다. 어떤 성격의 작업이 될진 아직 모르지만 다음 작품 리스트를 하나씩 꺼낼 때마다 홍예영 감독의 입꼬리는 내려올 줄 몰랐다. 새로운 도전을 벌써부터 즐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화면 밖 소리 사운드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사운드의 진원지가 영화 속 현실 안에 존재하는 내재적 사운드와 영화 속 현실 밖에 존재하는 외재적 사운드가 그것이다. 흔히, ‘화면 밖 소리’는 화면에 보이지 않지만 영화 속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리로, 이야기의 정보를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이나 시트콤 장르의 사람 웃음소리는 외재적 사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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