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에이리언>의 DNA <프로메테우스>
2012-06-06
글 : 김도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역사상 <프로메테우스>만큼 가설과 소문이 많았던 영화도 드물 것이다. 이건 <에이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인가? 과연 <에이리언> 1편에 나왔던 스페이스 자키의 비밀이 밝혀질 예정인가? 예고편이 등장하자 가설은 더 배배 꼬였고, 소문은 더 장황해졌다. 과묵한 리들리 스콧은 “눈썰미가 있는 관객이라면 이른바 <에이리언>의 DNA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가 어떤 영화냐고? 직설적으로 간단하게 말하자면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의 아주 충실한 프리퀄이다.

리플리가 노스트로모호를 타고 에일리언과 접촉하기 30여년 전, 과학자 엘리자베스 쇼(노미 라파스)와 찰리 할러웨이(로건 마셜 그린)가 스코틀랜드에서 선사시대 벽화를 발견한다. 이 벽화가 인류를 창조한 외계인들의 위치를 나타내는 지도라는 걸 깨달은 그들은 웨일랜드사가 꾸린 팀과 함께 탐사선 프로메테우스호를 타고 우주로 나아간다. 탐사대는 행성에 착륙하자마자 외계인들이 남긴 거대한 피라미드형 유적을 발견하고, 내부에서 죽은 외계인들의 시체와 마주친다. 엘리자베스는 죽은 외계인의 DNA가 인간의 것과 똑같다는 것을 밝혀낸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인류를 창조한 창조주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탐사대원들은 <에이리언>의 페이스허거처럼 생긴 생물과의 접촉으로 점점 몸이 변형되어가고, 로봇 데이빗(마이클 파스빈더)은 무언가 거대한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게 확실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뭐 그리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존 스파이츠와 데이먼 린델로프의 각본은 브라이언 드 팔마의 <미션 투 마스>가 이미 한번 영화로 만든 바 있는 에리히 폰 데니켄 스타일의 외계인 문명 전파설을 <에이리언> 시리즈의 전통에 힘겹게 접목시킨다. 장르팬들에게는 지나치게 고색창연한 이야기일 테고, 일반 관객에게는 조금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다(만약 당신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면 그냥 거대한 농담 같을 테고). 다만 스페이스 자키의 기원을 <에이리언>의 세계관 속에서 논리적인 양 풀어내면서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외계인 문명 전파설은 꽤 편리한 데가 있다. 그게 여전히 최선의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스스로 창조한 세계관 속에서 비틀거리는 각본에도 불구하고 <프로메테우스>는 결코 힘이 떨어지는 모험담이 아니다. 리들리 스콧이 이 영화를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밀어붙인 건 정말이지 현명한 결정이었다. H. R. 기거의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을 그대로 살려낸 공간 속에서 스콧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고딕 호러영화처럼 영화를 주조한다. 에일리언의 DNA가 흐르는 생명체와 인간보다 거대한 창조주 스페이스 자키들이 도사리는 <프로메테우스>의 무시무시한 세계는 어떤 원초적인 공포를 관객에게 스멀스멀 전염시킨다. 스콧 자신의 <에이리언>을 오마주하는 몇몇 장면은 시각적인 공포를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노장의 의지로 가득하다. 많은 부분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제임스 카메론의 <에이리언2>보다도 훨씬 더 충실한 <에이리언>의 속편처럼 느껴진다.

기술적으로 <프로메테우스>는 거의 완벽하게 세공된 장인의 예술품이다. 이 기술적 예술품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관객에게는 3D 아이맥스 관람을 적극 추천한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전반부의 몇몇 시퀀스는 3D 안경 속으로 우주가 쏟아져들어오는 듯한 기분을 즐길 수 있다. 이런 장르적 경이감을 눈앞에 펼쳐낼 수 있는 장인은 그리 많지 않다. 리들리 스콧은 여전히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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