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시네마톡] 대한민국에서 30대 게이가 살아가는 법
2012-06-19
글 : 윤혜지
사진 : 이동훈 (객원기자)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시네마톡 현장
김영진 평론가, 배우 정애연, 류현경, 김동윤, 송용진, 김조광수 감독(왼쪽부터).

6월8일 CGV대학로 무비꼴라쥬관에서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의 시네마톡이 열렸다. 김영진 평론가가 진행하고 김조광수 감독과 출연배우 김동윤, 류현경, 송용진, 정애연이 함께했다. “여태까지 이렇게 만석인 시네마톡이 없었는데 오늘은 다 오셨네요.” 김영진 평론가의 첫인사는 유쾌했다.

제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극영화부문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두결한장>은 김조광수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이자 이전의 단편들인 <소년, 소년을 만나다>와 <친구사이?>의 연장선에 있는 퀴어영화다. 앞선 두 단편보다도 <두결한장>은 훨씬 발랄하고 명랑하다.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이 민수(김동윤)와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레즈비언 효진(류현경)은 서로의 소망을 위해 위장결혼을 하기로 한다. 효진은 옆집에 진짜 애인 서영(정애연)을 데려다놓고 두집 살림을 시작하고 민수는 효진이 집을 비우는 동안 진짜 애인 석(송용진)을 집으로 불러들인다. 김조광수 감독은 “단편 <소년, 소년을 만나다> 이후 민수랑 석이 어떻게 사랑을 할지 궁금하다 하시기에 단편 <친구사이?>를 찍었고, 이번 <두결한장>은 또 그 석과 민수가 30대 게이로 대한민국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일종의 연작으로서 여기까지 왔다”며 <두결한장>의 연출 소감을 간단히 정리했다.

<두결한장>은 민수와 효진의 이중 신혼생활을 다룬 이야기지만 민수가 게이로서의 성정체성을 바깥으로 드러내게 되는 과정에 조금 더 집중해 있다. 김영진 평론가가 “부부로서의 캐릭터도 재미있고 그 일상적인 느낌이 좋았는데 좀더 진했더라면 하는 게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자 김조광수 감독은 “시나리오에서부터 그 내용이 길게 있었는데 영화적으로 좀더 리드미컬하게 가려다 보니 많이 쳐냈다”고 답했고 뒤이어 류현경이 “관객이 봤을 때 민수랑 효진이가 서로 좋아하게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될 우려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비중은 적지만 게이 5인방을 연기한 배우들의 임팩트도 대단했다. 김영진 평론가는 “다른 퀴어영화들에 비해 굉장히 사실적이고 밀도있는 연기를 보여줬다”고 그들의 연기를 평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영화의 톤을 더 밝게 하기 위해 게이 5인방의 캐릭터를 실제 주변에서 가져와 이리저리 섞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왕언니는 무조건 박수영이어야 했다. 티나 역은 원래 조정석이 하겠다고 했는데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서 비게 됐다. 관객이 또 한명의 새로운 배우를 만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박정표를 택했다. 티나는 ‘안 예쁘게’ 보여야 해서 일부러 망가뜨렸다. 마초 이미지가 강한 이승준이 여성성이 진한 역을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그도 합류하게 됐다. 조연이 무너졌으면 영화가 무척 안 좋았을 텐데 다들 너무 잘해주셨다”는 말로 게이 5인방에 대한 애정과 감사를 표했다. <두결한장>의 엔딩은 박희정 만화가가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끝난다. 따로 만화화가 진행된 <두결한장>에 대해 김조광수 감독은 “시나리오의 큰 틀은 그대로지만 없던 캐릭터가 들어와서 이야기가 더 풍부해졌다. 가령, 환자 할머니와 민수의 관계가 영화엔 없는데 만화엔 있고, 효진과 서영의 이야기도 영화보다 많다”고 소개했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수다스럽게 진행된 <두결한장>의 시네마톡은 “이분들의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영화를 힘차게 끌어왔음을 실감했다”는 김영진 평론가의 멘트를 끝으로 정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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