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용산의 철거민들이 농성을 시작했고, 이를 경찰이 진압했다.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이 죽었다. 사람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이 가져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잉진압이 진실이든 그렇지 않든 결과적으로는 농성에 참가했던 철거민들이 이 사건의 책임자로 규정돼 지금까지 감옥에 있다.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단 두 부류다. 철거민과 경찰. 철거민의 입은 봉쇄됐고 이제는 경찰에 물을 수밖에 없다. 경찰과 그들의 수뇌부는 그때 어디서 어떤 생각을 하며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두 개의 문>은 감춰진 동시에 파헤쳐지지 않았던 질문을 통해 “추웠고, 따뜻했고, 나중에는 뜨거웠던” 그날의 온도를 재구성한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로서 <두 개의 문>이 지닌 힘은 역시 기록과 구성에 있다. 연출을 맡은 이들이 직접 촬영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용산에 있었던 카메라(칼라TV, 사자후TV, 채증동영상, CCTV)에 담긴 영상들은, 농성 시작부터 진압까지의 25시간을 거의 실시간으로 체험하도록 한다. 여기에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쪽 증인들의 음성이 더해지면서 경찰은 이미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지기 전부터 진압작전을 모의했고, 망루의 구조와 내부에 있었던 시너도 확인하지 않은 채 경찰특공대를 투입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철거민들은 토끼몰이에 진압당하면서 5명이 죽었지만, 1명의 사상자를 낸 경찰특공대 역시 위험한 토끼몰이에 내몰린 사냥개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생지옥으로 내몬 이들은 누구인가? 용산참사를 일으킨 제3의 가해자. <두 개의 문>은 그의 몽타주를 그려낸다. 철거민의 입장에서 “무력함의 증거”나 다름없던 영상과 피해자란 입장으로 숨어버린 경찰의 증언이 간절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