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할리우드 드림 <디디 할리우드>
2012-06-20
글 : 김도훈

우리가 비가스 루나라는 이름으로부터 절로 떠올리는 영화가 하나 있다. 하비에르 바르뎀과 페넬로페 크루즈를 전세계에 소개한 1994년작 <하몽 하몽>이다. 비가스 루나는 이후에도 <골든볼> <달과 꼭지> <밤볼라> 등 가히 스페인적으로 섹시한 영화들을 만들어냈다. 어떤 면에서 비가스 루나의 대표작들은 순결무구한 에로스의 동화라고 부를 만하다. 조금 덜 고상하고 조금 더 상업적인 페드로 알모도바르라고나 할까.

<디디 할리우드>는 2002년작 <마르니타> 이후 10년 만에 복귀한 비가스 루나의 신작이고, 무대는 스페인이 아니라 할리우드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바텐더 일을 하는 다이아나 디아즈(엘사 파타키)는 스타가 되기 위해 미국 마이애미로 무작정 떠난다. 마이애미에서 입에 풀칠도 못하며 고생하던 다이아나는 조감독으로 일하는 로버트(루이스 하차)와 사랑에 빠져 할리우드로 향하고, 거기서 공격적인 에이전트 마이클(피터 코요테)을 만나 할리우드 스타 스티브(폴 스컬포)와 결혼한 뒤 ‘디디’라는 이름으로 스타가 된다. 그러나 디디는 스티브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디디 할리우드>는 순진할 만큼 직설적으로 할리우드 드림의 과정을 펼쳐내는 드라마다. 여배우의 할리우드 진출기를 다룬 일본 순정만화를 텔레노벨라로 각색하면 딱 이런 영화가 나올 것이다. 더 재미있는 건 노골적으로 실제 할리우드를 반영하며 만들어낸 캐릭터들이다. 디디는 라틴계 여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페넬로페 크루즈에 다름 아니고, 스티브로부터 톰 크루즈를 떠올리지 않는 건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다. 피터 코요테의 냉혈한 에이전트 연기도 재미있지만 <토르: 천둥의 신>의 주인공 크리스 헴스워스의 아내인 엘사 파타키의 매력은 스페인산 하몽처럼 쫄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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