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보이지 않는 살인마 <페이스 블라인드>
2012-06-20
글 : 남민영 (객원기자)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낯설어 보일 때가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곧 여느 때와 같은 자신의 얼굴이란 것을 인지하며 우리는 안도감을 느낀다. <페이스 블라인드>는 자신의 모습을 비롯해 가족, 친구, 애인의 얼굴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데서 오는 공포를 다루고 있다. 친구들과 즐거운 술자리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던 날 밤, 애나(밀라 요보비치)는 우연히 연쇄살인마의 범죄현장을 목격한다. 자신을 쫓는 범인을 피해 도망가던 그녀는 다리 밑으로 추락하면서 난간에 머리를 부딪히고 그 충격으로 ‘안면인식장애’를 앓게 된다. 살인마는 애나의 주위를 맴돌며 그녀와 그녀의 애인, 친구들까지 위협하고 애나는 떠오르지 않는, 아니 바로 옆에 서 있어도 얼굴을 구별할 수 없는 살인마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 그런 애나는 형사 케레스트(줄리언 맥마혼)와 범인을 기억하려 애쓰지만 그럴수록 자신이 처한 현실에 좌절감만 느낄 뿐이다.

얼핏 <페이스 블라인드>는 보이지 않는 살인마에 대한 공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줄거리를 가진 범죄 스릴러 영화 <블라인드> <줄리아의 눈>을 연상시키지만 ‘안면인식장애’라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관객에게 색다른 공포와 불안을 안겨준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로 여전사로 등극한 밀라 요보비치가 예민하고 연약한 여인으로 변신한 것 또한 이 영화가 안겨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 그러나 영화가 종종 애나가 가진 장애에 노골적인 연민을 드러낼 때 <페이스 블라인드>는 속도감을 잃은 채 스릴러와 드라마 사이를 헤맨다. 신선한 소재로 익숙한 것을 새롭게 꾸리는 시도가 끝맛이 개운하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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