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원에 한명의 게이 의사가 있고, 또 한명의 레즈비언 의사가 있다. 그들의 이름은 민수(김동윤)와 효진(류현경)이다. 민수는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고, 효진은 애인과 함께 입양하고 싶은 아이가 있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민수와 효진은 모두의 축복 속에 위장결혼을 한다. 그리고 민수는 우연히 만난 석(송용진)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효진 역시 그의 애인 서영(정애연)과 따로 살림을 차린다. 이것은 영화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의 간단한 줄거리다. <두결한장>은 동성애자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여전히 동성애를 문제로 바라보는 편견을 다룬 유쾌하고 상큼한 퀴어영화다. 여전히 철이 안 든 김조광수 감독의 첫 장편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그가 철이 안 들었냐고? 그건 다음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한번 만들고 관둘 줄 알았다. 아니다. 김조광수 감독의 첫 단편 <소년, 소년을 만나다>(2008) 촬영현장을 찾은 <씨네21> 652호 기획기사 ‘소년, 영화를 만들다’에서 김조광수 감독은 자신의 첫 장편 계획을 살짝 내비친 바 있다. “80년 혹은 100년 전을 무대로 한 퀴어 버전 <장화, 홍련>”이라고. 그해 겨울 크랭크인이 목표였던 영화는 여러 이유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그러고 말겠지 싶었다. 그런데 이후 그는 두편을 더 만들었다. <친구사이?>(2009)와 <사랑은 100℃>(2010). 두 영화 모두 단편이라 솔직히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손발이 오글거리는 퀴어영화였다). 또 그러고 말겠지 했다. 그리고 2년 정도 지났을까. 2010년 3월20일 김조광수 감독을 오랜만에 만났다. 중앙대에서 열린 제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듀서 피칭 행사인 ‘피치&캐치’ 중간점검 자리였다. 그는 멘토 역할을 맡은 제작자가 아니었다. 그는 참가자 중 한명이었다. 새파란 신인이었다. 김조광수 감독은 ‘절친’이자 동갑내기 동료 제작자인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 앞에서 자신의 작품을 피칭했다. “한국에서 퀴어영화 하면 전부 우울한 분위기만 떠올려요. 저는 유쾌하고 발랄한 퀴어영화를 만들 거예요.” 그걸 본 원동연 대표는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은데, 과연 그 설정이 관객에게 리얼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장편 퀴어영화 제작의 어려움을 예상했다. 그때 김조광수 감독의 대답은 씩씩하고, 또 뻔뻔했다. “저는 할 수 있다고 봐요! (일동 웃음)” 피칭 연습이 끝난 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김조광수 감독은 기자에게 쓰고 있던 시나리오를 늘어놓았다. “얼마 전 친한 후배 게이가 죽었어. 그 친구 장례식을 갔는데, 많은 게이들이 모인 거야. 한참 슬퍼하다가 서로 ‘왜 안 주냐?’, ‘누가 누구랑 잤다더라’, ‘뭐야? 내가 하자고 할 때는 안 하고. 그년, 안되겠네’ 뭐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도 하고. 그 풍경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 이번 영화는 그 장례식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야. 그걸 내가 정말 좋아하는 로맨틱코미디인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형식으로 만드는 거야.” 그때 그 시나리오가 우리가 곧 만나게 될 김조광수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두결한장>의 시작이다. 그렇다. 결국 그는 장편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철없는 행동이 또 시작됐다.
한국에서 퀴어영화의 투자를 받는다는 것
김조광수 감독을 다시 만난 건 지난해 2월이었다. 그날은 한국영화제작자협회(이하 제협)가 3기 회장단을 선출한 날이자 청년필름이 제작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개봉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또 눈이 유난히 많이 내려 발목 위까지 쌓인 날이기도 했다. 편집장을 따라 가회동에 자리한 술집 소설에 갔더니 제협 총회를 마친 여러 제작자들이 개봉을 하루 앞두고 잔뜩 긴장해 있던 김조광수 대표를 격려하고 있었다. 그날의 화제는 당연하게도 개봉을 하루 앞둔 영화였고, 누구도 그 영화가 빚만 잔뜩 있던 청년필름의 구원투수가 될 거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았다(그날 광수 형은 빚 갚아야 한다는 얘기만 수백, 아니 수천번 한 것 같다). 경기도 광명에 살던 김조광수 감독을 따라 술자리를 일찍 나섰다. 안국역으로 걸어가는 동안 그에게 “첫 장편영화 투자는 잘되어가고 있냐”고 슬쩍 물었다. 아직까지 투자자가 보수적인 것 같단다. “퀴어 이야기를 이성애자의 로맨틱코미디처럼 해달라는 거야. 가령 게이 커플에 이성애자 여성이 끼어들거나 남성의 정자가 필요한 레즈비언에게 이성애자 남성이 끼어드는 등 게이 혹은 레즈비언에게 이성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혼 피로연> 같은 거 있잖아.” 이성애자의 사랑을 다룰 거라면 굳이 김조광수가 만들 이유는 없다, 고 그는 생각했고, 또 투자자에 그렇게 얘기했단다. 그는 투자자들이 시나리오를 어둡게 읽는 것 같다는 얘기도 꺼냈다. “<친구사이?>를 보여주며 최대한 밝은 코미디로 찍겠다고 했더니 투자자들이 ‘이 영화의 어디가 코미디냐?’ 그러더라. ‘뛰고, 넘어지는 슬랩스틱은 못해도 표정과 대사로 웃길 수 있다’고 하면 그들은 ‘단편의 어디에 그런 코미디가 있냐’고 그러고. 다시 <친구사이?>를 보여주며 ‘이게 재미있지 않냐’ 라고 말하면 그들은 ‘그래봐야 1만명밖에 안 보지 않았냐’는 반응을 보이고.” “고작 1만명밖에 모으지 못한” 김조광수 감독이 투자자들에게 호언장담하기 위한 무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한국에서 퀴어영화의 투자를 받는 건 흥행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세상은 변했다지만 그는 이런 난관을 예상하고 있었다.
사실 김조광수 감독이 장편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때 청년필름의 PD들은 난색을 표했다. “하고 싶으면 해라. 대신 주말에만 해라. 주중에는 일을 방해하면 안된다”라고 말했던 첫 단편 때와 확실히 달랐다. 그들의 반응은 대략 이랬다. “엇?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퀴어영화라) 투자도 안될 것 같고. 음, 그냥 안 하면 안되나?” 김조광수 감독은 승부수가 필요했다. 그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칭 행사인 ‘피치&캐치’였다. “여기에 나가 상을 받거나 투자를 받으면 하자”라고 했는데, 그의 첫 장편 프로젝트가 피치&캐치 극영화 부문 대상과 관객상을 ‘덜컥’ 수상했다. 청년필름 PD들의 가슴이 ‘덜컥’ 놀란 풍경을 예상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첫 관문부터 편견이라는 벽은 너무 높았다.
투자도 투자지만 캐스팅도 만만치 않았다. 김혜성(<소년, 소년을 만나다>), 이제훈(<친구사이?>) 등을 발굴한 ‘스타 제조기’(본인은 이 단어를 끔찍이 싫어한다!) 김조광수가 엄살이 심한 게 아니냐고? <두결한장>을 하겠다는 신인배우는 물론 줄을 섰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일단 한국에서 퀴어영화에 출연하면 다른 영화에 비해 언론의 관심을 더 받을 수 있는 건 분명하니까. 그러나 단편이야 신인배우를 써도 문제될 게 없지만 투자를 받아야 하고 보다 많은 대중을 만나야 하는 운명인 장편은 다르다. “가령 조인성이 주인공인 민수를, 임수정이 민수와 위장결혼을 하는 레즈비언인 효진을 해주면 얼마나 좋겠어? 그들의 파트너는 그들보다 조금 덜 유명한 배우가 하면 되고. 톱스타를 캐스팅하고 싶었는데, 결국 안됐어.” 우리는 김조광수의 이 말을 오해해선 안된다. 그가 톱스타와 함께 작업하고 싶은 이유는 단순히 투자를 좀더 잘 받기 위한 목적도, 마케팅을 좀더 수월하게 하기 위한 목적도 아니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동성애를 바라보는 편견이 많이 허물어졌음을 캐스팅으로도 보여주고 싶었어. 이 영화가 많은 대중과 만나기 위해서는 주인공만큼은 신인이 아니어야 했어.” 결국 몇몇 톱스타는 김조광수 감독의 러브콜을 거절했고, 김조광수 감독은 다른 누군가를 찾아야 했다. 그 ‘다른 누군가’가 아직 톱스타가 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톱’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배우였다. 그게 남자는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2004)와 드라마 <동이>(2010) 등 몇몇 드라마에서 활약한 김동윤이었고, 여자는 <방자전>(2010), <굿바이 보이>(2010), <쩨쩨한 로맨스>(2010) 등 수많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얼굴을 내비친 류현경이었다. 김조광수 감독은 두 배우의 연기에 만족해했다. 그래도 그의 가슴 한구석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 있다. “다음 영화에는 꼭 톱스타에 도전하고 싶어. 관객이 스타를 보기 위해 퀴어영화를 보는 풍경을 보고 싶거든.” 스타를 캐스팅하는 것도 목표지만 김조광수 감독은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그건 ‘스타 김조광수’다. “스타를 캐스팅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스스로 스타가 되어야겠다 싶었어.” 얼마 전 아이튠즈에 올라온 팟캐스트용 프로그램 <나는 딴따라다>에 출연한 것도, 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두결한장> 상영 뒤풀이 치맥 번개’를 직접 챙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15세 관람가로 영화를 만드는 이유
그리고 지난해 겨울, 그러니까 2011년 11월26일 <두결한장>은 크랭크인했다. 김조광수가 오돌오돌 떨면서 찍고 있다, 제작비가 없어 배우와 스탭에 제대로 된 야식을 못 주고 있어 김조광수가 속상해한다 등 고생담 위주의 이런저런 얘기가 들려왔다. 프로덕션 때 김조광수 감독이 가장 신경 쓴 것 중 하나가 ‘15세 관람가를 목표로 영화 만들기’였다고 한다. 이건 단순히 더 많은 관객을 노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김조광수 감독은 <두결한장>을 청소년들에 꼭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성소수자들이 나에게 거는 기대가 있어.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 친구들 말야. 나는 커밍아웃한 몇 안되는 사람이고, 우울하지 않고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고.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그게 내게는 동력이 돼. 더 열심히, 더 즐겁게 영화를 할 수 있는 동력. <두결한장>을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많은 청소년들에 보여줘 그들과 동성애에 관해, 동성애를 사회문제로 바라보는 현실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싶어.” 15세 관람가를 향한 그의 열망은 현실이 됐다. 얼마 전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두결한장>에 15세 관람가 판정을 내렸다. “되돌아보면 <친구사이?> 때 영등위와 싸웠기 때문에 그 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친구사이?>는 2010년 11월 영등위로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김조광수 감독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과 함께 항소심을 제기했고,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친구사이?>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친구사이?> 소송은 대법원 판정이 남아 있다.-편집자).”
퀴어영화나 노출 수위를 떠나 어쨌든 김조광수 감독에게 <두결한장>은 첫 장편 연출작이다.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몰라” 하며 찍었던 단편에 비해 장편은 더 어려웠고, 힘들었고, 달랐다. “처음부터 장편의 호흡을 알고 갔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가령 이 장면이 전체 중 어디에 배치되니까 힘을 어느 정도만 쏟자라는 게 감이 잡혔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니까 처음부터 힘을 쏟아부었어. 초반에는 힘을 많이 뺐고, 회차가 뒤로 갈수록 힘이 달렸어.” 그의 단편을 한 작품이라도 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영화 속 배우들이 신인치고는 연기를 제법 잘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게 감독의 공이나 능력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몇 있을 거다. 김조광수 감독 역시 ‘자뻑’했다. 그러나 되돌아봤을 때 그건 오만한 생각이었다. 신인배우 위주였던 단편과 달리 <두결한장>의 배우들은 기성배우였다. “신인은 백지 상태라 채워넣으면 되는데, 기성배우들은 자기 패턴이 있어서 다르더라. 그 패턴과 내가 요구하는 연출이 안 맞았을 때 배우에게 원하는 연기를 뽑아내는 게 참 어려웠어.” 총 23회차 촬영 중 모든 장면이 만족스럽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그는 좋은 배우와 스탭 덕분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전략? 그냥 관객과 놀고 즐기고 싶어
겨울과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왔다. <두결한장>의 쇼케이스가 6월1일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개막식에서 열렸다. 참 오랜만에 본 그는 많이 변해 있었다. 광명에서 서울로 이사했고, 치아 교정기 때문에 얼굴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는 더욱 예뻐졌다!). 혜화동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 청년필름의 제작시스템에도 어떤 변화가 생겼다. “공동제작 시스템이다. 개인들이 대표가 되는 회사가 있는데, 그걸 각자 운영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 청년필름의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는 거야. 제작을 할 때는 청년필름 브랜드로 공동제작하고, 수익이 생기면 50 대 50으로 나누고. 내가 장편 연출하면서 생긴 변화지. 대표인 내가 내 것만 신경 쓰면 누가 좋아하겠어?” <두결한장>의 후반작업은 어땠냐고 물어봤다. 그는 자신이 찍은 장면이 부끄러웠다며 속상해했다. “컷! 부르기 전에 3초 정도 세고 컷을 불렀는데, 후반작업 때 보니 5초 정도 더 기다려야 했던 게 아닌가 싶고. 그렇다고 다시 찍을 수도 없고.” 특히 미술과 음악이 아쉽다고 했다. “결과물이 아쉬운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그 많은 시도를 하지 못한 게 아쉬워. ‘<섹스 앤 더 시티> 코리안 게이 버전’을 표방했는데, 애들 옷은 돌체 앤드 가바나는커녕 유니클로 입고 등장하고. 로맨틱코미디라 음악이 계속 나와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건반 연주음밖에 안 들어가고.”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그는 정말 힘든 후반작업을 겪었다. 그걸로 생긴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도 받았으니까(지금도 받고 있단다). “자살 충동 그런 건 아니야. 이사한 집이 7층인데, 혼자 있으면 왠지 7층 아래로 떨어질 것 같고. 의사는 뭐라고 하더냐고? 살면서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죄의식이 있는데, 의사와 상담하던 중 나도 모르게 그걸 꺼냈거든. 그 얘기를 하고 나니까 마음이 조금은 시원해진 것 같고. 아직 치료를 받고 있어.”
장편 연출이 호락호락하지 않았음에도 김조광수 감독은 여전히 철이 들지 않은 것 같다. 언제나 그랬듯 그는 청년필름에서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 진행은 물론이고, 차기작 시나리오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배우 소유진한테 빌린 드레스를 입고 퀴어 퍼레이드도 나가고,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노동자도 챙긴다. “그래도 지금은 머릿속에 <두결한장> 마케팅 생각뿐이야. 전략이 뭐냐고? 그냥 시퀀스, 숏 얘기 같은 거보다 그냥 관객과 놀고, 즐기고 싶어.” 아직도 철이 안 든 게 확실하다. 맞다. 그래야 김조광수다. 소년, 드디어 장편을 만들었다.
발랄함을 맡겨 주세요
김조광수 감독이 털어놓는 조연배우 캐스팅
왕언니 역의 박수영은 김조광수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염두에 둔 배우. <완득이>의 완득이 아버지는 아니고, <영화는 영화다> 때 나온 모습을 본 뒤 박수영이 무대에 오른 연극 여러 편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초고 쓸 때 박수영한테 “함께하자”고 했고, 그 역시 “하겠다”며 기다렸다. 마담 게이 역의 이승준은 <최종병기 활>을 보고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승준 역시 강한 남자 역만 들어와서 여성적인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었던 차였고. 변호사 주노 역의 김준범은 함께 타이 여행갔다가 게이였던 가이드 흉내를 잘 내는 걸 보고 출연 제의를 했다고 한다(당시 그는 씨네21i의 이사였다).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김준범은 “내가 무슨 연기냐, 못한다” 그러더니 가장 자연스러운 게이를 표현해냈다고. 티나 역을 맡은 박정표는 촬영부 퍼스트가 민수 역에 추천해준 뮤지컬 배우였다. “얼굴도 예쁘장하게 생겼고, 연기도 잘하는데 얼굴이 둥근형이라 민수 역에는 무리”겠다 싶었다. 그러다가 머리를 볶는 등 약간 망가뜨리면 티나 역에 잘 어울릴 것 같아 캐스팅했다고. 김조광수 감독은 “네 배우 덕분에 영화가 무거워지지 않고 발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