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중국 노이로제에 걸렸다. 거대 시장인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에 중국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요소들을 그들의 영화에서 모조리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할리우드영화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중국인 악당 캐릭터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그 시작은 2007년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부터다. 중국 개봉 당시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은 주윤발이 해적 두목으로 나온다는 이유로 그의 분량을 모두 삭제했다. 얼마 전 개봉한 <맨 인 블랙3>도 상황은 같다.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벌어지는 13분가량의 총격전은 중국에서 개봉한 <맨 인 블랙3>에선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인이 악당으로 등장하고, 차이나타운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제작사가 자진 삭제했다. 해당 장면이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알리는 주요한 분량임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맨 인 블랙3>의 자진 삭제 조치는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맨 인 블랙3>가 중국에서 개봉 10일 만에 4800만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북미를 제외하면 가장 큰 흥행수익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는 내용은 금지한다’는 중국 정부의 검열 가이드라인이 모호해 중국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장면을 삭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MGM도 소련이 미국을 침공한다는 내용을 다룬 영화 <붉은 새벽>을 리메이크하다 난항을 겪었다. 미국을 침공한 나라를 소련에서 중국으로 수정했다가 다시 북한으로 재수정했기 때문이다. MGM은 이미 촬영한 분량에 나오는 중국 깃발과 인민해방군 마크를 북한으로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무사 안착하려는 할리우드의 상황은 십분 이해하지만 무조건 중국의 입맛에 맞추려는 이런 현상이 종국에는 “중국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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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시장 의식한 할리우드 행보, 중국 눈치보기 심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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