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유별나지않아 특별한 인생의 답 <해피 해피 브레드>
2012-06-27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리에(하라다 도모요)의 첫사랑은 초등학생 때 동네 도서관에서 읽은 그림책 <달과 마니>의 주인공 마니였다. 마니는 태양 때문에 마르고 쇠약해진 달을 위로하며 “네가 빛을 받아서 또다시 누군가를 비춘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설명해주는 속깊은 소년이다.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마니를 찾다 지친 리에는 마니는 없다고 결론내린다. 그런 그녀에게 미즈시마(오이즈미 요)가 손을 내밀고, 홋카이도 쓰키우라에 정착한 두 사람은 ‘카페 마니’를 연다. 미즈시마는 빵을 굽고 리에는 커피를 내리는 카페 마니 2층에는 여행객을 위한 아늑한 침대도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동네 사람들이 아침마다 들러 서로 인사를 나누고 커피 한잔을 마시는 마을 회관 역할을 한다. 넓은 호숫가에 자리한 카페 마니는 그림처럼 아름답지만 외진 곳이라 낯선 손님은 거의 없다. <해피 해피 브레드>는 카페를 거쳐가는 낯설고 특별한 손님들이 들려주는 세 가지 사연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손님 가오리는 실연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카페 마니를 찾아온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가오리는 오키나와에서 휴가를 함께 보내기로 한 연인에게 버림받고 홋카이도로 행로를 바꾼 것이다. 아직 여행 가방 속에 곱게 들어앉아 있는 <오키나와 로맨틱 여행>이란 책자는 그녀의 아픔을 보여준다. 가오리는 리에의 커피와 미즈시마의 케이크를 먹으며 조용한 배려를 느끼게 된다. 같은 시기 카페에 머문 도키오는 보다 적극적으로 가오리를 격려해주고 그녀의 동행이 되어준다. 철도 선로 변경 일을 하는 도키오는 자신의 인생길도 바꿔보길 꿈꾸지만 실행할 엄두를 못 내며 살아온 청년이다. 도키오에게 위로받은 가오리는 그에게 용기를 주며 여행을 마감한다. 두 번째 손님은, 아빠와 둘이 살며 엄마가 해주었던 단호박 수프를 그리워하는 외로운 소녀 미쿠다.

‘카페 마니’는 현실적인 장소라기보다 이상향 같은 곳으로,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살아갈 의미를 되살려주는 마술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그곳의 안주인 리에는 가슴 한편에 ‘마니’라는 존재를 찾지 못한 아쉬움을 덮어둔 채 살고 있다. 이 영화는 행복에 관해 질문하고 답하고 있다. 카페 마니에 평범한 빵도 있고 특별한 빵도 있듯이 삶도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 세 번째 손님의 사연이 마무리될 즈음, 리에는 자신이 무얼 찾아 헤맸는지 깨닫게 된다. 잔잔한 일상과 거기에 살짝 덧붙여진 환상적인 요소가 섞이면서 일본영화 특유의 정서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늘 삶에 대해 질문하지만 그 답이 꼭 유별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답이 때론 우리에게 평온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영화 속 내레이션이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게 해주는 끝부분은 주제를 상기시키며 관객에게 작은 반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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