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랑과 최면의 관계도 <딥 인 더 우드>
2012-07-04
글 : 남민영 (객원기자)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의사의 딸인 조세핀(이실드 르 베스코)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어느 날 그녀가 사는 마을에 떠돌이 청년 티모데(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가 나타난다. 그는 조세핀을 보고 한눈에 반해 귀머거리 행세를 하며 그녀의 집에 찾아간다. 조세핀의 아버지는 그를 불쌍히 여겨 잠자리를 제공하며 돌봐주지만 조세핀은 티모데를 수상하게 생각하며 거리를 둔다. 티모데는 그런 조세핀에게 최면을 걸고 그녀를 강간한 뒤 납치한다. 조세핀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공포를 느끼지만 티모데와의 동행이 계속될수록 자신들의 관계가 단순히 최면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사랑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결국 티모데는 경찰에 붙잡혀 법정에 서게 되고 티모데는 무죄를, 조세핀은 유죄를 주장하며 대립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경찰, 그리고 가족조차 둘의 증언을 쉽사리 믿지 못한다.

납치범과 인질 사이에서 사랑이 싹튼다는 이야기는 그다지 신선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감독 브누아 자콥은 최면이라는 소재를 더해 그들의 사랑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조망한다. 영화는 누군가를 온전히 압도해버리는 최면술과 사랑의 감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며 사랑의 본질을 그려낸다. 이는 처음엔 최면으로 자신이 조세핀을 조종했지만 이제는 그녀가 자신을 조종한다고 말하는 티모데의 법정 진술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딥 인 더 우드>가 보여주는 사랑과 최면의 관계도는 기이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는 데 급급할 뿐 충분한 설득에는 실패한 듯 보인다. 두 남녀의 세밀한 감정선이 지나치게 생략된 탓에 관객이 티모데와 조세핀의 사랑에 빠져들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랑을 이유없는 감정이라 치부해버려도 두 남녀의 관계에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힘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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