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영화제] 4차원 영혼들의 재림
2012-07-11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영화가 사랑한 괴짜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7월10일부터
<맨 온 더 문>

7월10일부터 열흘 동안 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기획전 ‘영화가 사랑한 괴짜들’이 열린다. 괴짜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데 영화는 어떤 괴짜들을 사랑하며 왜 사랑하는 것일까? 그들이 우리가 보기에 이상한 행동을 하고 우리의 행보와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 같지만 그들의 삶도 우리 삶의 한 단면이다. 이번 기획전에서 상영되는 영화에는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선과 그들의 열정에 대한 부러움과 사랑의 시선이 공존하며 가득 녹아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작가, 화가, 영화감독, 배우, 코미디언, 만화가, 뮤지션, 야구단장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분야에서 다양한 그들의 삶의 열정들을 만날 수 있다.

<나의 친애하는 적>

밀로스 포먼 감독의 <맨 온 더 문>은 미국 코미디계의 전설 앤디 카우프먼의 생애를 다룬다. 클럽무대를 전전하던 카우프먼은 TV 시트콤에 출연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코미디언이 아니며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싸구려 음악을 원하지 않으며 관객이 직접 경험하는 진짜 행동을 원한다고 말하며 그것을 실천에 옮긴다. 광대의 공연을 기대하며 자신의 무대를 보러온 관객에게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끝까지 낭독하며 생방송 도중에 마약 연기는 못하겠다면서 연출자와 실제로 주먹다툼을 한다. 방송 제작자는 싸움질까지 다 꾸며진 일이라며 무마하려 하지만 카우프먼은 카메라에 대고 모든 게 진짜라고 말한다. 하지만 관객은 그의 모습을 보고 웃는다. 카우프먼은 자신의 죽음까지 연극화하며 진실과 거짓, 연극과 실제 우리의 삶에영화제대한 자신의 화두를 이어나간다. 영화는, 연극은 어디서 끝나고 삶은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짐 캐리의 호연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독일의 노장 헤어초크 감독의 <나의 친애하는 적>은 자신의 페르소나이자 우정과 애증의 관계를 맺었던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킨스키는 그의 발작적인 광기로 유명했다. 어렸을 적 그가 48시간 동안 화장실에 틀어박혀서 모든 물건들을 부순 일부터 촬영장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배우들에게 총을 발사해서 배우의 손가락이 날아간 일, 촬영을 그만하겠다고 떠나려는 킨스키에게 헤어초크가 총을 겨누어서 그를 붙잡은 일. 인디언들이 그를 죽이겠다고 헤어초크에게 찾아온 일, 헤어초크가 그를 실제로 죽이기 위해 계획을 세웠던 일 등 헤어초크는 그와 겪었던 기억들을 찾아가며 그를 회고한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그의 행동들을 더듬으며 그의 삶과 열정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폴락>은 액션 페인팅의 대가인 잭슨 폴록의 삶을 다룬다. 그도 얼음송곳으로 피아노 건반을 부수거나 화분이나 파티장의 벽난로에 소변을 보는 등 유별난 행동을 한다. 피카소가 혼자 다 해먹었다며 자신의 능력과 한계에 괴로워하던 폴록은 마침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내며 미술사에 한획을 긋는다. 주연인 에드 해리스가 연출까지 맡아 그를 평생 옭아매었던 창작의 고통을 잘 표현한다. 미국의 만화가 로버트 크럼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크럼>도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카메라는 그의 유년 시절부터 차분하게 그의 삶을 조명해나가며 자유분방한 그의 영혼을 잘 보여준다.

<폴락>

언급한 작품들 외에도 1970년대 펑크 록그룹인 ‘섹스 피스톨스’의 베이시스트 시드 비셔스의 삶과 사랑을 다룬 <시드와 낸시>,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오가며 미국의 코믹북 <아메리칸 스플렌더>의 스토리 작가 하비 피카의 일대기를 다룬 <아메리칸 스플렌더> 등 다양한 10편의 영화에서 그들의 자유로운 영혼과 열정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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