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숲속 외딴집의 진실 <두개의 달>
2012-07-11
글 : 이주현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서 주인공 덴고는 하늘에 뜬 두개의 달을 본다. 보통 두개의 달은 시공간의 왜곡을 의미한다. <두개의 달>에서 주인공이 보게 되는 두개의 달은 이승과 저승, 두 세계의 만남을 뜻한다. 소희(박한별), 석호(김지석), 인정(박진주)은 숲속 외딴집의 캄캄한 지하실에서 영문도 모른 채 눈을 뜨고, 첫 대면한다. 대학생 석호와 여고생 인정은 한시라도 빨리 집을 벗어나려 안감힘을 쓰지만 자신을 공포소설 작가라고 소개한 소희는 아침이 올 때까지 집 안에서 기다리자 한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들이 과거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기억을 되살리면 탈출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소희는 인정에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라고 채근하고 그 과정에서 인정은 실신한다. 소희의 미심쩍은 행동이 되풀이되는 와중에 세 사람은 집 밖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연순(라미란)을 만난다. 석호와 인정에게 “우리 구면이지 않냐”고 말을 걸던 연순은 이 집에 살인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소희를 살인자로 지목한다.

이들은 납치된 걸까. 이들은 왜 기억을 잃었을까. 소희의 정체는 뭘까. 이 집엔 정말 살인자가 살고 있을까. 영화가 시작되면 여러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한다. 관객은 석호와 인정의 심정으로 진실찾기 게임에 동참하게 된다. 이러한 미스터리 구조가 극의 초반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그러니 굳이 서프라이즈 효과에 기댈 필요는 없다. 휴대폰과 랜턴 등 최소한의 조명으로 어두운 집 안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다. 얄팍한 수를 최대한 배제한 채 이야기의 힘으로 공포를 구축하려 한 <두개의 달>의 시도는 일정 부분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초반에 뿌려둔 복선을 충실히 챙기려 한 것도 나름 이야기의 치밀함을 더한다. 그러나 신선한 발상과 독특한 구성은 뒤로 갈수록 힘을 잃는다. 인물의 과거와 비밀이 모두 밝혀진 상황인데도 잡다한 설정이 지나치게 많다. 특히 소희가 지박령을 제압하는 시퀀스의 경우 원칙을 잃고 늘어진다(죽어야 할 시점에 죽지 않는 귀신은 외려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연순이 사건을 일으키는 동인,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이 그다지 큰 폭발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배우들이 출연하는 만큼 배우들의 몫도 크다. 배우들은 전체적으로 호연을 펼친다. <써니>의 욕쟁이 여고생, 박진주의 호들갑스런 연기도 재밌고 박한별의 귀신잡는 눈빛과 김지석의 균형감도 좋다. <댄싱퀸> <차형사>와 드라마 <더킹 투하츠> <패션왕> 등에서 감초연기를 선보인 라미란의 광녀 연기도 인상적이다. <두개의 달>은 공포소설 작가, 공포영화 감독 등이 합심해 만든 공포영화 전문제작사 (주)고스트픽처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시나리오는 <모녀귀> <이프> 등의 공포소설을 쓴 이종호 작가가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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