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야마나시현 기타코마군, 아름드리나무 아래 엎드린 한 남자가 흙냄새에 취해 있다. 일본인 임업기술자 아사카와 타쿠미(요시자와 히사시)다. 그가 조선총독부의 부름을 받아 조선에 온다. 선로 놓으랴, 공공시설 지으랴, 민둥산만 남은 조선에서 더 많은 나무를 더 빨리 키우기 위한 조선총독부의 방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타쿠미의 눈길은 더 낮은 곳으로 향한다. 그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조선 오엽송의 싹을 틔울 수 있을지를 넘어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일, 사라져가는 조선의 일상어와 서민문화를 기록하는 일에까지 가닿는다. 그런 그와 백지장을 맞든 조선인이 있었으니, 조선인 임업기술자 청림(배수빈)이다. 두 사람은 임업시험소에서 함께 근무하며 조선의 종자와 흙을 바탕으로 한 양묘법을 개발하고, 조선 백자를 보존하기 위한 ‘조선민족미술관’을 건립한다. 주변에서는 그들이 실현하려는 공동의 이상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자들의 허상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오늘도 꿋꿋이 한 그루의 나무를 심기로 한다.
‘국경을 초월한 우정담’처럼 보이는 이 이야기는 정확히는 ‘국경을 초월하지 못한 소시민적 영웅담’에 가깝다. 그리고 그것은 조선인들에게 한없이 자애로운 인물로 재현된 타쿠미쪽으로 기운 영웅담이다. 청림은 타쿠미가 왜색을 벗고 조선인의 외양을 입기까지 필요에 의해 등장하는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영화는, 교묘해진 문화정치에 속지 말라는 조선인들과 어느 나라에 속한 것이건 아름다운 것이라면 지켜야 한다는 일본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청림의 내적 갈등을 손쉽게 초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말랑말랑한 서사가 누구를 위로하기 위한 것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