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욕망의 꼭대기 <리미트리스>
2012-07-11
글 : 김도훈

알약 하나가 인생을 바꾼다. 에디 모라(브래들리 쿠퍼)는 마감일이 다가와도 컴퓨터 앞에서 한줄도 쓰지 못하는 SF소설가다. 어느 날, 에디는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전처의 동생에게 뇌의 기능을 100% 가동시켜주는 신약 NZT를 받는다. 한알을 삼키자마자 에디는 하루 만에 끝내주는 SF소설을 탈고한다. 약이 더 필요해진 에디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처남의 집에서 수백알의 알약을 발견하고, 매일매일 약을 복용하며 금융계의 천재로 변신해 월스트리트의 거물 대접을 받으며 승승장구한다.

<리미트리스>는 SF소설가 앨런 글린의 원작 <더 다크 필스>(The Dark Fields: 한국에는 <리미트리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를 각색한 영화다. 사실 약물을 통해 초인간적인 능력을 갖게 된다는 설정 자체가 그리 독창적인 건 아니다. <아키라>, 조금 성격은 다르지만 켄 러셀의 <상태 개조> 같은 영화가 약물의 도움으로 초인이 되거나 초자연과 접촉하는 능력을 얻는 주인공을 그린다. 크게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지만 <리미트리스>는 오락영화로서 꽤 좋은 장점을 하나 갖고 있다. 거침없이 끝을 향해 전진하는 속도다.

영화는 계속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부작용으로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에디 모라가 사업가 칼 밴 룬(로버트 드 니로), 약을 뜯어내려는 갱단 등을 물리치고 욕망의 꼭대기까지 내달리는 이야기를 밀어붙인다. 촬영감독 존 윌렘스(<써티데이즈 오브 나이트>)의 촬영 역시 약물복용의 붕뜬 상태를 근사하게 시각화한다. 특히 에디가 약의 부작용으로 무의식의 하룻밤을 보내는 시퀀스에서는 관객의 정신도 함께 약물복용 상태로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이 보인다. 제작자, 감독과 시나리오작가도 함께 약 빨고 영화를 찍었더라면 더 정신나간 역작이 나왔을 수도 있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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