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빗나간 예언’의 리스트에 어김없이 올라오는 사람이 있다. 롤링 스톤스에게 ‘미래가 없다’며 드러머 제안을 거절했던 카를로 리틀이 바로 그다. 그런데 그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는 공무원이다>의 주인공 한대희(윤제문)의 마지막 보이스오버이기도 한 이 궁금증은 사실 이 영화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마포구 환경과 생활공해팀에서 일하는 한대희는 평정심을 깨뜨리는 어떤 (이 영화의 원제였던) ‘위험한 흥분’도 피하자는 신념을 지닌 10년차 7급 공무원이다. 어느 날 그는 소음공해 단속 중에 알게 된 홍대 인디밴드의 사정에 휘말려 자기 집 지하실을 이들의 연습 공간으로 내주게 된다. 고요한 호수에 이는 파문은 더 크게 마련. 우여곡절 끝에 이 밴드의 베이시스트로 공개 오디션까지 참가하게 된 한대희의 일상은 그의 바람과 달리 출렁이기 시작한다.
‘잃어버린 내 꿈은 어디에’라는 다소 진부해 보이는 이 영화의 내러티브가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건 윤제문의 능청스럽지만 선을 넘지 않는 연기와 ‘위험한 흥분’ 속에서 ‘평정심’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지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길고 평온한 호흡의 이야기를 끌고 가기에 영화가 보여주는 리듬감은 둔하게 느껴진다. 수다스러운 한대희의 보이스오버가 초반의 과한 리듬을 만들어냈다면, 중반 이후 보이스오버가 잦아들고 등장한 밴드의 음악은 영화 전체의 리듬감을 책임지기엔 버거워 보인다. ‘위험한 흥분’이 끝나고 ‘공무원’으로 돌아와 거리에 태극기를 걸며 도로정비를 하던 한대희는 밴드 멤버들과 우연히 마주친다. 그들이 엇갈리며 나누는 손인사는 롤링 스톤스의 드러머 대신 작은 핫도그 가게를 운영한다는 카를로 리틀의 선택의 순간을 엿본 것 같다. 그 누가 단언할 수 있으랴. 카를로 리틀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