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탈주극의 묘미 <애니씽 포 허>
2012-07-11
글 : 이화정

스크린 용어로 이제 감옥은 구속을 위한 곳이 아닌 탈출을 위해 존재하는 장소 같다.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가 제공한 탈주의 긴장과 속도전을 따져본다면, 감옥의 영화적 기능이 한층 명쾌해질 거다. <애니씽 포 허> 역시 교도소 탈출기다. 감옥 안의 아내와 바깥에서 그녀의 탈주를 보조할 남편이 한 세트다. 애초 감옥과 인연이 없어 보이는 평범한 가정은 아내 리사(다이앤 크루거)의 살인죄로 초토화된다. 20년형 선고, 확실한 증거와 목격자 때문에 번복은 거의 불가능하다. 유일하게 그녀의 결백을 믿는 건 남편 줄리안(뱅상 랭동)뿐이다. 곧 아내와 가정을 구하기 위해 모든 걸 내건 국어교사의 분투기가 전개된다.

프랑스영화 <애니씽 포 허>는 폴 해기스 감독의 <쓰리 데이즈>(2010)의 원작이다. 두 작품의 비교분석 사이에는 원작의 감독이자 리메이크 버전의 공동 집필자로 참여한 프레드 카바예가 교집합으로 걸쳐 있다. 두 영화가 스토리, 극적 구성, 공권력과 법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는 주제의식까지 크게 다르지 않다. <엘라의 계곡>을 연출한 폴 해기스가 막판에 긴장을 몰아 터뜨리며 쾌감을 선사한다면, 원작인 <애니씽 포 허>는 극적 긴장보다는 차근차근한 전개로 미니멀한 구성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국내에 <애니씽 포 허>보다 먼저 개봉한 카바예 감독의 차기작 <포인트 블랭크>(2010)를 본다면 그의 스타일이 좀더 명쾌해진다. 추격영화의 기본요소만으로 극적 긴장을 끌어내는 데 손색이 없는 사례였다. 계획 안에서 큰 오차없이 전개되는 <애니씽 포 허>의 탈주극이 다소 심심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요란한 장치없이 스릴러의 묘미를 무리없이 제공하는 데 이 영화의 미덕은 다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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