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조지 해리슨>
2012-07-18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비틀스 멤버 중에서도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의 이름이 두드러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작사·작곡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음악의 성격을 규정했으며 인기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폴 매카트니나 존 레넌에 관한 이야기는 그래서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리드 기타리스트 혹은 매카트니와 레넌 사이의 중재자 또는 그들 이후의 삼인자가 조지 해리슨이었다. 그가 비로소 자기의 음악적 활력을 펼친 건 비틀스가 결성된 지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조지 해리슨은 자기가 만든 노래들이 발표할 길은 없고 쌓여만 가는 것에 조바심냈다고 한다. 하지만 훗날 그의 독창적인 음악적 세계가 점차 인정받게 된다. 그의 노래 <Something>을 두고 엘튼 존은 “지금까지 쓰인 역사상 최고의 연가다. 모든 면에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들려준다”고 극찬했다.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핸드 메이드’라는 제작사를 차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테리 길리엄의 <시간 도둑들>을 비롯하여 몇편의 독특한 영화들을 기획하기도 했다. 1943년에 태어난 그는 2001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살았고 평안히 돌아갔다고 그를 사랑한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말하고 있다.

마틴 스코시즈의 <조지 해리슨>이 바로 이 조지 해리슨의 일대기를 그려낸다. 스코시즈는 아주 오래된 일화부터 손을 댄다. 비틀스 결성 초창기, 십대 후반에 그들이 모이는 시점부터 전세계 비틀마니아가 양산되는 과정을 거쳐 팀 해체 위기의 시기를 지나 비로소 영화의 중반부가 지날 즈음부터는 조지 해리슨 개인의 독창적인 음악사와 인생사를 순차적으로 탐독해 나간다. 그때에 각종 사진과 영상들의 일부는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희귀한 자료들이다. 물론이지만 출연하는 인물들이 쟁쟁하다는 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폴 매카트니는 십대 시절 그를 어떻게 만났는지 말하고, 링고 스타는 등장하여 멤버들 사이에 어떤 교감과 문제가 있었는지 고백하고, 에릭 클랩턴은 그의 아내와 어떻게 사랑에 빠져버렸는지 말한다. 그들의 회고담과 함께 그리고 생전의 조지 해리슨이 남긴 인터뷰와 함께 변화무쌍한 그의 삶이 전해져 온다. “비틀스 멤버 중 내가 가장 많이 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인생이다”라고 조지 해리슨 자신도 말한 적이 있다. 그러니까 많은 시간이 흘러서 그 유명한 거리인 애비 로드에 젊은 시절 비틀스 복장을 한 코미디언 배우들이 우르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그들에게 사인을 받으려 아우성이었지만 정작 그 옆에 서서 웃고 있던 한 남자가 조지 해리슨이라는 건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상영시간 3시간28분, 짧은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조지 해리슨>은 상영시간의 부담이 없는 영화다. 오히려 길어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스코시즈가 연출한 한편의 전기영화이자 음악다큐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믿을 만한 보증수표와 같다. 음악 다큐의 명작 <노 디렉션 홈: 밥 딜런>을 보고 만족했던 관객이라면 <조지 해리슨>을 보고도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 스코시즈는 “조지 해리슨의 노래들, 잡지, 앨범 커버의 이미지들, 텔레비전 출연 영상, 뉴스릴 영상, 리처드 레스터의 영화 등을 모두 살펴보았다”고 말했다. 무궁무진한 자료들이 조지 해리슨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스코시즈는 자기 고백도 했다. “나는 <All Things Must Pass>를 처음 들은 순간을 절대 잊을 수 없다. 그것은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조지는 영적으로 깨어 있는 음악을 만들고 있었고, 우리 모두 그것을 듣고 느꼈다. 이 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뛸 듯이 기뻤다.” 이 영화를 보는 어떤 관객도 그렇게 뛸 듯이 기쁠 것이다. 한 가지 더. 비틀스와 조지 해리슨의 아름다운 음악이 무수히 흐른다는 건 더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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